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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ul 31. 2024

계약을 안 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거에요

귀인이라면 귀인일 수 있는 인테리어 업자

공간 계약을 하고 해야 하는 공사들을 하나씩 하나씩 건별로 진행하던 와중에, 어떤 사람과 인테리어 견적 논의를 하게 되었다. 견적 논의를 할 때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다른 사람들은 A 견적을 이야기 할 때 견적이 얼마인지만 간단하게 답해주는데, 이 사람은 자신이 진행한 사례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홍보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보였다.

게다가 현장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면서 와 보겠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시공 업체들이 견적 논의 단계에서의 현장 사전답사를 하는데 출장비를 요구했기에 무료 사전답사를 한다는 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현장 도착 후 만난 그 사람은 알고 보니 일부 시공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 전체의 인테리어 시공을 하는 인테리어 업체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A 부터 D 까지의 시공을 해야 하고 건건이 다른 사람들과 시공을 하고 있다면, 이 사람은 A 부터 D 까지 계획을 짜고 다 직접 진행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실 나같이 인테리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인테리어 시공을 하는 이런 사람과 논의하는 것이 더 확실하고, 어쨌든 전문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 해 주는 것이 나같은 어중이떠중이가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하는 것보다는 더 안정적인 것임은 두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고 있던 공사들은 셀프로 진행하는 것이 나은 것과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하는 것이 나은 것 사이의 어떤 지점에 있었고, 나는 공사 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인테리어 업체의 그 사람은 내가 어떤 공간을 어떻게 할 것이라고 하니 공간 사이즈를 실측하고 견적을 내 주겠다고 했다.

계약을 한 것도 아닌데 현장을 와서 둘러보고, 설명을 들은 뒤 세부 견적을 짜 주겠다고 말 하는 것이 신기해서 나는 그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 계약을 안 했는데 견적을 이렇게까지 짜 주시나요? 그 말에 그 사람은 견적을 짜는 것은 자기 일이고, 자신은 모든 고객에게 이렇게 한다 라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시공을 진행할지 말지 결정하려면 견적이 필요하니 견적을 짜 주겠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지만, 나는 그때 여러 업체들과 견적 논의를 하는 것이 굉장히 피로하다고 느끼고 출장비를 요구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말했나 싶다. 다른 업체들은 현장 출장비를 요구하고, 견적 하나하나 짜는 것도 너무 피곤한데, 이 사람은 그냥 와서 둘러보고 견적까지 짜 준다? 계약을 안 했는데 이렇게 해 주는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좌우지간 몇 가지를 더 반영하여 나중에 견적을 받았는데, 견적 단가가 생각보다 높았다. 내가 공사에서 사용하려 했던 금액이 있었는데, 중요한 공사 두 가지가 빠진 상태에서도 내가 생각한 전체 금액보다 높았다. 결국 견적 금액 차이로 인해 진행이 힘들것 같다고 말했는데, 혹시 다른 업체와 진행하시냐는 말에 그런 것은 아니고 금액적인 문제로 모든 것을 셀프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었다.

비록 실제로 공사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받은 견적을 통해 배운 것들도 많이 있었다. 직접 업체와 연락하면서 어떤 부분에 어떤 공사를 해야 할 지 모르는 것들도 많은 상태였는데, 전달받은 견적을 보니 이런 곳에서 이런 시공을 하는구나 하고 느꼈던 것들도 있었고 대략 얼마 정도의 금액이 드는지 감을 잡았던 것 같기도 하다. 전달받은 견적을 통해 이런저런 배운 것들이 많았다.

아마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고객들에게 해 주는 그런 견적을 해 준 것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