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데 필요한 것

언젠가는 쓸 일이 없기를 기원하며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하는 만큼 내부에 안전이나 분실 방지를 위해 CCTV 를 설치해야 했다. 인원 입출입을 확인하려는 것도 있지만, 누군가가 설비를 파손시키거나 했을 때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여태까지 CCTV 설치해 본 것은 일전에 게스트하우스 일 할때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을 설치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wifi 로 작동하는 무선 인터넷 CCTV 가 아니라 유선으로 연결되는 모델을 설치하려 했다. 물론 유선으로 연결되는 모들을 확인할 때도 wifi 가 필요하긴 하지만, 유선으로 카메라가 연결되는 것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CCTV 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에 CCTV 를 설치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하나는 인터넷 연결을 할 때 CCTV 도 함께 가입하여 이용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내가 직접 기기를 사서 연결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의 비용을 직접 비교해 보니, 2년 이상 계속해서 설비를 쓴다고 하면 내가 직접 설치 하는 것이 더 나았다. 직접 설치하기로 생각해 보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나는 CCTV 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이것저것 검색해 알아보면서 필요한 것들을 맞춰 나갔다. 보통은 하드디스크를 포함한 CCTV 본체가 있고, 본체에 연결할 모니터와 조작에 필요한 마우스, 그리고 본체에 연결되는 카메라가 필요했다. 카메라는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었는데, 내가 쓸 생각이었던 모델에서는 3개 정도 이용할 수 있었다. 복도 공간, 창고 공간, 내부 공간 세 곳에 설치할 생각이었으니 딱 맞았다.

무선이 아닌 유선이었기에 모든 기기가 유선으로 연결되는 형태였는데, 선이 천장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이 보고 싶지 않았고 또 공간 컨셉에 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모든 공사를 시작하기 전 기획하는 단계였기에, 선 배선도 조절할 수 있었다. 내부 창고 공간에 CCTV 기기를 두고, 거기에서 선을 연결해 CCTV 설치 지점까지 선을 보내고 천장 시공할 때 선을 내려 달라고 하기로 했다. 그러면 천장 위로 선을 다 보내서 크게 노출되는 선 없이 CCTV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다른 공사를 하기 전에 미리 CCTV 선을 받아 천장 위로 다 올려두니, 천장 시공을 하고 난 뒤에도 겉으로 선이 주렁주렁 달리는 모습이 없는 것이 내 계획대로였다. 천장에서 선이 조금 나오는 것은 보였는데, CCTV 카메라 바로 뒤쪽에 있고 그다지 티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맨 처음에 계획했던 것에서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카메라의 실제 화각이 내부 공간 전체를 커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만으로는 조금 정보가 부족할 수도 있었다. 가령 뒷정리를 어떻게 하는지, 공용 냉장고에서 무엇을 꺼내는지 같은 것을 세밀하게 확인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단순히 사람이 움직이는 동선 정도만을 확인해서는 부족했다.

결국 나중이 되어서야, wifi 로 작동하는 카메라 하나를 추가해서 공간 전체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창고 안에 있는 카메라는 생각보다 쓸 일이 없었는데 카메라 하나가 의미 없어진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카메라 관리하는 채널이 하나 늘어난 것이 매우 번거로웠다. 이전까지는 모든 카메라를 어플 하나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어플 두 개를 번갈아 가면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혹시 나중에 또 설비 확인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할 일이 생기면, 카메라의 화각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전체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어떻게 위치를 맞춰야 하는지 확인해야겠다 싶었다.

CCTV 를 설치할 때는 보이는 화각을 잘 고려해야 한다. 2023 11, 서울 을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