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는 가족여행은 과연 가능할까
마지막으로 해외 가족여행을 간 것은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었다. 그때 네 명이서 일본을 갔는데, 좋은게 좋은것이지, 가면 어찌어찌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일정을 준비했던 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좋은 것은 좋은것이 아니고, 가면 어찌어찌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적어도 다음 번에 또 해외 가족여행을 가면 이런 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최근에 가족끼리 또 제주도를 갔었다. 제주도를 갔을때도 투닥거리며 감정이 상하는 것이 있었는데 굳이 해외여행을 가야 할까 싶었다. 너무 감정적으로 깎이는 일이 많아서 별로 안 가고 싶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준비해서 가족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번에도 그런 생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이전에 가족여행을 가서 왜 싸웠을까 생각을 해 보니, 싸울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 막지 못하고 각자 원하는 것을 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본 가족여행을 계획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가기로 했다. 서로가 다툴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하고 최대한 미리 준비해 볼 생각이었다.
일단 나에게는 나도 해외 여행을 갔는데 가족들 일정을 신경쓰느라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신경쓰였다. 그래서 이번 4박 5일 일정에서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명확히 정하고 언제 할 지 계획해 두었다. 사고 싶은 것, 가 보고 싶은 곳은 잘 정리해 두었다.
가족들에게는 일정이 유동적으로 바뀌어서 기다리거나 정확히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 답답한 것 같았다. 그리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것 같아서, 이번에는 일정을 미리 정해서 알려주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미리 알아보고 가 보기로 했다. 비록 분 단위로 일정을 짤 순 없더라도, 이날 어디를 가고 어떻게 이동하고 정도는 미리 정해두었다.
하지만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서로 마음이 다르고 취향도 달라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지 않게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표현하는 것도 다르고, 화가 났을때 푸는 법도 달랐다. 그런 것이 다른 사람들을 한 군데 모아 두니 서로가 서로에게 힘듦을 주는 것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즐거운 가족여행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 이라는 일종의 알림판을 만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쓸데 없이 스트레스를 주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말자고 했다. 나는 거기다가 '안 해도 되는 말과 행동은 그냥 하지 말자'라고 적어놨다.
그렇게, 적어도 지난 번의 가족 해외여행과는 달라지도록 무언가를 준비하려 했다. 과연 이번에는 뭔가 다를까, 어떤 기상천외한 일이 또 기다리고 있을까. 돌아올 때 역시 가족여행은 서로에게 고통만 될 뿐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행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