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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Oct 03. 2024

공사가 끝났다고 끝난게 아니다

비품 왔으면 비품 정리 해야지

얼추 큼지막하다고 생각했던 공사들이 끝났다. 콘센트와 전기선을 조정하고 레일 전등을 달 전기 공사, 바닥을 평평하게 하는 바닥 공사, 공간을 분할하고 내가 생각했던 중문을 설치하는 가벽 공사, 하수관과 상수도 관을 연결하고 싱크대까지 연결하기,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였던 템바보드 부착까지.




거기까지 하고 나니 큼지막하다고 생각했던 공사들은 얼추 끝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곳이 끝이 아니었다. 공사가 끝났다는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정리를 할 준비가 끝났다는 것이었다. 내부로 옮겨 둘 탁자, 의자, 그 이외에 수많은 비품들을 이제 직접 정리할 차례였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베이킹에 필요한 스테인레스 식기들이었다. 대부분의 주방 용품이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기에 연마제를 제거해야 했다. 문제는 식기에 따라서 연마제가 끝없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곰솥의 바닥에 있는 곰솥 제조사 그림이 검은색인 경우도 있었다. 와 그림이 검은색이네? 그것을 식용유로 박박 닦고 나니 그것이 은색 마크 위에 연마제가 꽉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냄비는 차라리 닦기 편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스테인레스 볼이었다. 베이킹 할 때 필요한 스테인레스 볼은 인원수에 맞게 구매한 상태였는데, 최대 16인에 맞추어 준비했기에 스테인레스 볼 큰 것이 16개, 작은 것이 16개가 있었다. 맨 처음에는 주방세제에 베이킹소다를 섞어 떡처럼 문지르면 닦인다더라 해서 시도하다가, 역시 연마제는 오일로 닦아야 하는구나 해서 중간부터 다시 식용유로 닦았다.




그냥 식용유로 닦으면 제대로 닦이지 않기에, 식용유와 베이킹소다를 섞어서 스테인레스 볼을 문질렀다. 한두번 문지른다고 끝까지 닦이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문지른 다음 연마제가 좀 없어졌다 싶으면 세제로 닦아낸다. 그 다음에 다시 식용유로 닦아본다. 연마제가 나오지 않거나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오면 통과. 또 나온다? 그럼 다시 박박 닦아야 한다. 32개를 닦으면 된다!




스테인레스 연마제 제거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다시는 스테인레스 볼을 안 써야겠다 혹은 어떻게든 연마제 없는 것을 구해야겠다 싶었지만, 품질이 안 좋아지는 플라스틱, 무겁고 쉽게 깨지는 유리보다 훨씬 나은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스테인레스 볼을 쓸 수밖에 없었다.




스테인레스 식기를 정리하는 것 정도의 수고로움이면, 유리 제품이 깨져서 도착해 반품하거나, 다른 유리 식기를 설겆이 해서 자리에 배치하는 것 정도는 정말 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연마제 제거를 했는데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 다시 닦아야 했다. 손이 잘 닿지 않는 부분은 어떻게 해서도 닦을 수가 없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이상 닦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스테인레스 연마제를 한번에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노벨 과학상을 받을까 노벨 평화상을 받을까 궁금해하며, 그렇게 비품도 정리해 나갔다.




비품 정리에는 고되고 고되던 스테인레스 연마제 제거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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