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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an 08. 2025

전기공사의 공포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영업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오븐이나 전자레인지, 인덕션 등을 꼽아서 쓰는 고압 멀티탭을 준비했다. 표기상으로는 오븐의 전력까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내 계획은 이곳에 선을 꼽아 두고 쓰지 않을 때는 차단기를 내리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전압 문제가 생긴다면 일차적으로 멀티탭 차단기에서 문제를 막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고압 멀티탭은 3개가 있었는데, 멀티탭에 콘센트를 꼽아 이용하고 이용하지 않을 때는 차단기를 내려 달라고 하는 것이 내 원래 계획이었지만 멀티탭 차단기를 직접 조작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콘센트만 꼽았다 뺐다 하면서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또 그렇게 문제가 없이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도중에 고압 멀티탭의 차단기가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지만 전기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어서, 차단기가 내려갔다고 하니 설비 전체의 전기 흐름에 문제가 있어 차단기가 내려간 것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세 개의 멀티탭 중 하나의 차단기가 내려가서, 일단은 멀티탭 고장으로 생각하고 멀티탭을 교체했다. 그런데 만약 멀티탭 교체가 아니라 전력 구성이 잘못되어 있다면? 다른 전기 시공이 더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단 아파트 전기 시공을 하는 업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지금 전기 이용에 문제는 없는지 내용을 물어보니, 안쪽에 오븐 등을 많이 이용하고 있기에 전반적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여름에 에어컨을 많이 틀거나 해서 층 수 전체의 전기 사용량이 많아질 때, 전기 사용량이 많으면 준비된 공간 포함 전체 층의 전력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물어보니, 승압 공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 까막눈인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렸는데, 지금 2상으로 이용하고 있는 전기를 줄 하나 추가해서 3상으로 승압한다는 것이었다. 그럼 전기 공급도 더 안정적이고, 더 많은 전기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승압 공사 비용이었다. 전기 선은 엘레베이터 옆의 거대한 분전함에서 오는데, 승압 공사를 위해서는 분전함에서 준비된 공간까지 전기 선을 새로 따야 했다. 계약한 공간은 하필이면 엘레베이터에서 가장 멀리 있는 곳이었다. 승압 공사 비용은 대략 최신형 오븐 한 대 값으로, 아직 매출과 비용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큰 금액이었다.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생각에, 아파트 전기 시공을 하는 업체가 아니라 맨 처음 인테리어할 때 전기 시공을 했던 업체에게 연락해서 승압 관련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 물어보았다. 




일단 시공을 담당했던 업체에서 이야기한 승압 공사도 비용은 비슷했지만, 승압 공사할 때 건물의 전력을 내려야 할 수도 있어 승압은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이야기 한 그 업체와 하는게 낫겠다는 조언을 해 주었다. 업체에서 차선책으로 제안한 것은 추가적인 전기 공사였는데, 분전함을 개량하고 분전함에서 별도의 전기선을 따서 오븐이 있는 곳 위에 차단기가 달린 3구짜리 콘센트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실 내가 맨 처음에 진행했던 인테리어 전기 시공에서는 오븐 작업용 콘센트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한 상태였다. 벽에 있는 콘센트의 위치는 그대로 두고, 콘센트가 감당할 수 있는 전압만 확인하고 오븐 위치를 배분한 것이었다. 분전함에서 별도로 따 온 전기선에 차단기를 연결하여 오븐과 고압전력용으로 이용한다면 훨씬 안정적이고 또 전기선 이용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이쪽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잘 고려해서 전기 시공을 같이 진행한다면 비용을 더 아낄 수 있었을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일단 전기 설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확했기에 시공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더 일찍 도착한 나를 보고 작업자가 다른 작업자에게 연락해서 빨리 오라고 하고, 늦게 온 작업자는 빨리 와야 하면 미리 말을 해 줘라 하는 말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여하튼 전기공사는 잘 끝났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다행히 아무런 문제 없이 이용하고 있다. 




승압 공사는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공사는 몰아서 하는 것이 비용도 절감하고 절차상으로 낫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공사는 역시 몰아서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2024 05, 서울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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