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미뤄지면 안 되는 이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2021년 중반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벌써 3년이 넘은 것이다. 원래 블로그에 글을 많이 썼지만, 생각을 정리하거나 혹은 좀 더 정돈된 글을 쓸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브런치에도 글을 써서 올리게 되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꼭 일 주일에 두 편은 쓰자고 생각했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고 바쁠 때도 있었다. 혹은 노트북이나 컴퓨터로 작업하는 특성상 글을 쓸 수가 없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나는 꼭 일 주일에 두 편씩 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내가 찍었던 사소한 사진들도 함께 올렸다. 만약 어디를 가야 해서 글을 못 쓰게 되면, 글을 미리 써서 정리해 두고 그 주에 맞춰서 올렸다.
이렇게 계속 꾸준히 하다 보니 일 주일에 글 두 편씩 써 나가는 것이 마치 숙제처럼 느껴져서 힘들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숙제와 취미 사이의 중간에서 적당한 지점을 찾으면서 계속 해 나갔다.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가다 보니 중간에 글을 못 올리게 되면 여태까지 빠짐없이 올린 것이 끊긴다는 생각에, 중요한 루틴이 하나 깨지는 것 같아 신경쓰이기도 했다. 그래서 꼭 일 주일에 두 편 올리는 것은 지키려고 한 모양이다.
그런데 12월은 꽤 일이 많아 바빠서, 일이 많아지니 글 쓸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일 주일에 두 편 올리기는 계속 해 나가려 하는데, 점점 일 주일씩 밀려서 지난 주에 올려야 하는 것을 이번 주에 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그럼 이번 주에 올릴 것은 당연히 다음 주로 밀리는 것이기에, 한 번에 네 편을 써서 올려야만 이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인데 이것이 너무 고달픈 것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일이 많고 바쁘다 보니 뭘로 글을 써야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도 고역이었다. 평소에 내가 겪었던 일들, 생각들, 그런 것들을 정리해서 글을 써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숙제를 한다는 느낌이 커지니, 글을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길게 쓰는 글은 아니었지만 쓰고 나서 다 지우고 다시 써야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12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내가 여태까지 절대로 어기지 않고 지키려 했던 일 주일에 두 편 약속은 무참히 깨져 버리고 말았다. 3년 넘게 지키다가 깨진 것이니 오래 버틴 것인가 싶다가도, 어떻게 잘 하면 계속해서 해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씩 시간 여유가 생길 때 그리고 글을 잘 쓸 수 있겠다 싶을 때 열심히 써서 그동안 못 올린 것을 한번에 정리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무엇보다 크게 느낀, 그리고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다. 오늘의 일을 내일의 내가 하게 미루면 내일의 나는 모레로 미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오늘 끝내야 하고, 오늘 끝낼 수 없다면 왜 오늘 끝낼 수 없는지, 어떻게 해야 오늘 끝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글을 써서 채워야 하는 주말 폴더가 텅 빈 상태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역시 미루는 것은 절대 하면 안 된다 하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