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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Jan 08. 2025

아 진짜 미안 바빠서 까먹었어

언젠가는 또 만날 날을 기대하며

거의 7년 전 즈음에, 혼자서 일본 여행을 갔던 때가 있었다. 그때 호스텔에서 다른 일본 사람과 만나서 이런저런 다양한 이야기를 했었다. 책도 추천 받아서 나중에 한국 가서 읽어 봐야지 생각 하기도 하고, 철학이나 사회 이야기를 하면서 동년배들하고는 이런 이야기 하기가 힘든데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나중에 또 언젠가는 인연이 닿는다면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인스타그램을 등록해 두었는데, 게시글은 안 올려도 단발성 짧은 사진들은 많이 올리는 것을 보니 잘 지내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또 몇 년이 지나 가족과 도쿄로 일본 여행을 갔을때, 도쿄 사진을 올리니 자기가 도쿄에 산다면서 시간 나면 한번 만나지 않겠냐는 메세지를 보냈다. 




아쉽게도 그때는 가족 여행이라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었기에, 나중에 또 도쿄에 온다면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눠 봐도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 드디어 나는 도쿄에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고 한번 연락을 해 봐도 좋겠다 싶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연락해 주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때 나에게 한번 만나지 않겠냐고 이야기 해줬던 그 마음이 고마워서 이번엔 내가 연락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사실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하기 전에도 과연 연락이 될까, 확인을 못 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도쿄에 가기 얼마 전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빠른 회신을 받았다. 근무 중이니 끝나고 나서 알려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여행을 가면 오직 현지 사람들만 아는 것 같은 분위기를 좋아해서, 이번에 가면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일정이 생각보다 빠듯해서, 4박 도쿄에 있는 동안 저녁 시간을 내려면 아주 잘 골라서 일정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도쿄에 가는 날까지 나는 회신을 받지 못했다. 언제쯤 보면 적당한지 다시 한번 물어볼까 생각했는데, 만약 너무 바빠서 시간 내기가 애매한 상황인 것 아닐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그러면 굳이 다시 확인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었으니까. 




사람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이 내 성향인지, 아니면 내가 외국인을 대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일본인을 대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생각이 많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실 일도 많고 피곤한 상황이라 굳이 그렇게 까지 하기에는 너무 정신 없는데, 내가 연락을 해서 그냥 확인 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하고 회신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하지만 나는 일전에 내가 가족여행으로 도쿄에 왔을 때 나에게 연락 해 준 그 마음을 고맙게 생각해서, 그 마음에 대한 보답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생각보다 바쁘거나 알차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정신 없이 할 것 한 도쿄 일정은 마무리 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며칠이 지나고 난 다음, 나는 다시 메세지를 받았다.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회신하는 것을 잊었기에 정말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했다. 기억해주고 메세지를 보내 준 것이 감사하다고, 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다고.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지 도쿄를 간다면 또 연락할지 나는 알 수 없지만, 그때 나에게 연락해 준 그 마음은 고맙게 간직할 예정이다. 




그 옛날 나에게 연락해 준 마음을 고맙게 남기기로 했다. 2024 11, 일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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