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이 다른 둘
이번 일본여행을 하기 전 동생과 협의를 했다. 이건 원래 나 혼자 가고 싶었던 여행인데, 네가 따라오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숙소와 동선을 정하고 너는 따라다녀야 한다. 동생은 알겠다고 했다. 출발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도쿄에 도착해 예약한 호스텔에 들어오니, 나는 옛날 혼자 여행하며 다녔던 호스텔을 떠올려서 크게 문제가 없었다. 물론 내가 일전에 일본 여행을 하면서 다녔던 호스텔을 기억해 보면 약간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했다. 매트리스가 놓여 있는 곳이 판이 아니라 철망으로 되어 있어 조금 흔들리는 것, 완전 밀폐형이 아니라 커튼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 내부 공간에 조금 편의성이 부족한 것 등.
하지만 원래 호스텔이라는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 비용을 아끼고 다른 곳에 돈을 더 쓸 수 있기 위한 목적으로 숙박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한 숙소로는 딱 적당한 정도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동생은 아닌 모양이었다. 동생은 체크인 한 첫 순간부터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체크인 하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동생은 말했다. 형 숙소좀 옮기자.
여행 오기 전에 내가 다 결정한다, 라고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숙소를 옮기자고 이야기 하는 동생을 보니 결국엔 또 일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여행을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생각하는 나에게는, 프로젝트의 비용 상승 그러니까 숙박비 증가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프로젝트 성과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프로젝트 비용이 낮아도 성과가 그대로라면 낮추면 낮출수록 좋은 것이 당연한 것이니, 굳이 숙박 비용을 더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에게 있어서 여행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휴양이었다.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 먹고 쉬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정해진 예산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프로젝트와, 딱히 정해진 예산 없이 잘 먹고 놀며 쉬는 것이 중요한 휴양. 여행의 목적이 다른 우리는 결국 서로 생각하는 길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호텔 비용을 낼 것이니 숙소를 호텔로 옮기자는 동생에게, 돈은 둘째 치고서라도 지금 숙박 비용이 너무 올랐다고 하며 검색해 보니 그때 도쿄 안의 일반적인 비즈니스 호텔, 동생이 선호하는 수준의 적당한 1인실 호텔이 하루에 1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좌우지간 동생과 여행을 왔는데 동생이 개인 공간이 없음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지내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느꼈기에, 결국 열심히 호텔을 찾아서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그렇다고 해서 또 동생이 내겠다고 하는 호텔 비용을 또 응 그래 잘 받을께 하면서 할 순 없기에, 나는 결국 아끼려고 선택한 호스텔 비용도 회수 못하고 숙박 비용만 왕창 더 쓴 셈이 되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늦게 다른 호텔로 향하면서 나서는 날, 역시 여행의 방향이 다른 두 사람이 여행을 가는 것은 좋지 않구나 하고 느꼈다. 그리고, 참는 것을 잘 하는 사람과 참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이 같이 가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도.
오랜만의 도쿄 여행에서 배운, 큰 깨달음 중의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