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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r 27. 2022

뒷광고가 과연 문제였을까

사람들이 그 물건을 사는 이유

인터넷 안에서 갑자기 뒷광고가 큰 문제로 언급되던 순간을 기억한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여태까지 사실은 돈은 받았음에도 돈을 받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거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영상 안에 등장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논란이 되었다. 어떤 유튜버들은 영상의 절반 가까이가 광고이기도 했고, 그 이상도 있었다. 자기 돈으로 샀다고 자연스럽게 내보였지만 사실은 자기 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았음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 어떤 사람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아예 활동을 그만뒀다. 아마 잠재수익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고 생각했거나,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적의를 이겨내면서까지 사업을 할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한때 크게 불거졌던 논란은 이제 그저 영상에 광고가 들어가 있는지 들어가 있는지를 밝히는 표시 하나만을 남기고,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 것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뒷광고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금전적인 대가를 받은 것을, 아무 대가도 받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 것에서 사람들은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상 광고임에도 광고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시청자를 기만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묘한 다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톱니바퀴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임에고 광고라고 밝히지 않은 것을 옹호할 생각도 없었지만, 어딘가 명쾌하지 않다는 내 생각은 하나로 이어지고 있었다. 과연 이 뒷광고는 정말 그 정도의 심각한 거짓이었을까? 팔아서는 안 되는 물건을 팔고,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그런 수준의 문제였을까? 




과연 뒷광고는 그 정도의 문제였을까?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는 그정도로 심각한 문제였을까? 2018/10/03, 서울 광화문







우리는 물건을 살 때 비교결정을 한다. 만약 내가 후라이팬을 산다면 내가 고려할 것은 견고함이나 안정성, 가격 같은 것들일 것이다. 물건의 전문가가 해 주는 조언에 모든 것을 의지하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 우리는 물건을 살 때 다양한 정보를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규제가 작동하면서 물건의 전반적인 품질도 상향 평준화 되었다. 조금 더 거칠게 말한다면, 우리는 물건을 살 때 고만고만한 것들의 도토리 키재기 끝에 결정하게 되었고, 흔히 생각하는 상품의 품질이란 결정적인 차이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물건의 구매에 있어 객관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일종의 스펙보다는, 개개인의 주관적인 성향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색감이나 형태, 디자인 같은 전통적인 형태의 주관적 요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건을 홍보하는 유명인이다. 그리고 그 유명인은 고전적인 형태의 유명인인 연예인, 배우 등과는 다르다. 비록 유명세는 크지 않아도 충성심이 높은 팬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시장에 충분히 유효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들이다. 




어차피 비슷한 규격의 물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구매를 고심할 때, 인플루언서는 그 구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만약 오늘 저녁에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 보자. 대부분의 치킨을 먹어 봤고, 비슷한 가격을 써서 얻을 수 있는 기대가치란 비슷한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유튜버가 어떤 치킨을 먹는 영상이 있다. 그럼 별 생각 없이 유튜버가 먹은, 혹은 광고 받은, 그 치킨을 먹는 것이다. 딱히 그 치킨이 맛있어 보여서라기보다는, 그 영상에 혹은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호감도 혹은 충성심이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치킨이 아니라 가전제품을 산다고 해도 비슷하다. 내가 요리를 하기 위해 핸드믹서를 사려고 한다고 해 보자. 내가 생각한 마지노선을 지킨 제품들 중에 어떤 제품을 사야 할 지 모르고, 뭘 사도 상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내가 자주 보는 요리 유튜버가 사용하는 핸드믹서 제품이 있다. 사실 그 제품은 내가 본 제품들보다 약간 가격이 더 높은 상태이다. 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 제품을 산다. 어차피 약간 높은 가격 정도야 크게 신경쓰이는 정도가 아니고, 어느 제품을 사던 간에 크게는 문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본 인플루언서 혹은 컨텐츠에서 등장하는 제품이 돈을 받건 받지 않았건 사실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것은,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따라가는 인플루언서가 그 제품을 좋다고 추천해서, 장점을 꼽아 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단순히 그 인플루언서 혹은 다른 컨텐츠에 감정적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서 그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을 그냥 홍보했는지 돈 받고 홍보했는지, 돈 받고 홍보했는데 돈 받았다고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인지, 사실 그다지 결정적이지 않은 요소인 것이다. 




뒷광고의 본질적인 문제는, 광고를 받고 광고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음 이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뒷광고를 받고 진행했던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인기 요인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별개의 문제이다. 만약 인플루언서가 외모나 체형, 혹은 다른 각각의 성공 요소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뒷광고를 하거나 그것을 이용해 팬들 혹은 후원자를 기만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은 듯 보인다. 인플루언서가 돈 받고 치킨을 먹나 그냥 치킨을 먹나, 어쨌든 팬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규제와 체계 개선으로 전반적인 제품이 상향평준화 된 현시점에서, 어떤 물건을 다루는데 금전 대가를 받았음을 밝혔느냐 밝히지 않았느냐는, 뒷광고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인플루언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인플루언서들의 매력이란 비지니스적 솔직함이 절대로 아니었고, 사람들이 원하는 매력도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성공한 이유는 비지니스적 솔직함이 아니었고, 팬들이 바란 것도 그것이 아니었다. 2018/09/12, 서울 남산






광고를 광고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자본이 들어간 문제에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사업적 구조에 있어 지켜야 하는 예의를 지킨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업적 구조 측면에서 그것은 충분히 거짓말이라고 할 만 했으며, 사람들이 분노할 만 했고 제도를 수정해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였다. 




게다가 단순히 비슷한 제품 들 중 특정 제품에 대한 구매를 유도하는 것 이상의 심각한 뒷광고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거짓말에 가까운 건강기능성식품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피부미용 전자제품, 위험부담의 수준을 넘어선 수준의 가상자산 구매 유도 등 정말 심각한 뒷광고들도 있었다. 이런 것들은 문제여지가 명백하고, 매우 심각하게 비판받아야만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광고와 정보 전달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현재 상황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그 결정이란 더이상 합리적인 수준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는 듯 보인다. 구매에 있어서 무엇을 구매하는가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용하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후원의 측면에서 물건을 산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 물건이 뒷광고건 아니건 애초에 문제될 것도 없다. 애초에 팬이 후원한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사는데 뒷광고이던 앞광고이던 문제 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이상 전통적 합리성으로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 물건을 추천하는 것도 전통적인 유명인이 아니고, 물건이 추천되는 것도 전통적인 홍보방식이 아니다. 그 모든 절차에, 옛날과는 다른 새로운 것들이 깊게 파고들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퍼졌던 뒷광고의 모든 측면에, 구시대적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있다. 2018/10/04, 서울 북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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