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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Apr 03. 2022

일상이 결과를 만든다

사소하게 반복한다는 것의 중요성

운동을 사소하게 하고 있다. 1년 넘게 계속.




몇년 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안 하던 시기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운동을 꾸준히 할까 생각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다섯 번, 평일에는 무조건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식이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다가 매트 하나 갖다 놓고 영상을 보며 동작을 따라하고, 저녁은 탄수화물이 최대한 배제된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했다.



 

생각해보니 그때로부터 시간이 1년 넘게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그때 그 생각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비록 운동은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일 주일에 다섯 번을 한다. 일 끝나고 집에 오면 꼭 운동을 하고, 준비해 뒀던 식이용 음식을 먹는다. 작년 이맘즈음 때부터 여태까지 그 방식을 크게 어긴 적이 없다. 비록 금요일 저녁에는 다른 것을 먹을 때가 잦긴 해도 말이다.




사실 그렇게 운동을 해서 내가 원하는 궁극의 위치에 도달했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몸무게도 내가 체감할 만큼, 만족스러울 만큼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것들이 내가 원하는  모습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는가 하면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나에게 일어난 일은, 그렇게 만들어 습관을 바꾸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일 저녁에 와서 운동을 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닭가슴살을 먹는 것은 생각보다 안 질리고 계속해서 먹고 있다고 쳐도 운동을 하는 것은 매우 귀찮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 주일에 다섯 번을 계속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여태까지 한 것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지만, 나중에 그렇게 쌓아둔 것이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맨 처음에 운동을 하려고 하면서 생각한 것은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되어서 뭘 하고 싶다 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인가 였다.  




운동을 하면서 나중에 어떻게 될까 보다는, 어떻게 꾸준히 할까 를 생각했다. 2018 09, 서울 남산




사람들은 살면서 각자 다양한 목표를 바라고, 그 목표를 위해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우는 것에 있어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내가 운동을 해서 몸을 잘 가꾸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잘 가꾸어진 몸에 집중하는 것이다.  




물론 잘 가꾸어진 몸을 생각하면서 운동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중요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힘든 것은 안 하고 쉬운 것만 하려 하기에 결과물을 생각하다 보면 결과물 이후의 것을 생각한다. 가령 내가 운동을 해서 몸을 잘 가꾸는 것이 목표라면, 잘 가꾸어진 몸에 집중하여 그것으로 뭘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잘 가꾼 몸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몸을 드러내는 장소에 가서 여태까지 공들인 몸을 드러내고 시선을 받고 싶을 수도 있고,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으며, 인터넷에 여태까지 열심히 운동했다는 사진을 올려 인증하면서 격려를 받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결과물을 생각하는 것은 달콤한 솜사탕을 핥는 것과 같다. 혀에 닿은 솜사탕은 단 맛을 주며 녹아내리지만 녹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 구체적으로 그 결과물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물만 생각하다 보면, 그게 언젠간 막연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편한 상상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 없는 결과물을 얻어낸 뒤의 자신을 상상하는 일은,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중독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듯이, 목표를 이뤄내는데 필요한 것은 사실 결과물에 대한 기대보다는 과정이다. 과정은 너무 버거워서 조금만 시도하고 지레 포기할 정도는 아니어야 하고, 또 너무 사소해서 하나 안하나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 아니어야 한다. 나중에 결과를 이루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무언가를 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일상 속에서 반복하며 하루하루 쌓아 나갈 때, 나중에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가 결국 원하던 결과물로 나타난다. 결과물을 이루는 데에 중요한 것은 결과물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감이 아닌 것이다. 그 결과물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일상 속에서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실행력인 것이다.



목표를 달성한 자신에 빠져드는 것은 쉽게 떨쳐내기 힘든 유혹이다. 중요한 것은 과정임에도. 2018 10, 서울 여의도




옛날에 영어 공부 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해 줬던 말이 생각난다. 이루고 싶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걸 위해서 뭘 할지를 잘 계획한 다음, 그것을 하루에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잘게 쪼개서 하루에 꼬박꼬박 하라고 했었다. 물론 항상 계획이란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그 방향성에 대한 내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최근들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또 이것저것 생겼다.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 하는 동호회를 만들어서 운영하며 들이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받고 싶어졌다. 아이폰을 쓰면서 이런 어플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찾아 보니 없어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동호회가 커져서 부수입이 생기면 좋겠다, 어플이 대박나서 퇴사하면 좋겠다,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순 없다. 사람의 마음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상에서 위안을 찾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과 함께, 내가 원하는 것들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도 차근차근 생각하고 실행해야겠다 생각했다. 동호회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며 모임을 기획한다. 어플을 만들려면 뭘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서 하루에 짧게나마 강의를 듣는다. 어제도 한 것처럼,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할 것이다. 그게 명확한 결과로 나올 것임을 맹신하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낸 일상이, 어떤 식으로든 간에 나에게 결과로 다가올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의 과정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은, 어떤 식으로든간에 나타날 것임을 믿는다. 2018 12, 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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