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밴더의 책방에 몰래 다녀온 이야기
문은 항상 열려 있지 않는다.
적당한 타이밍과
적절한 용기와
그리고 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운 좋게 다녀온 어느 책방의 이야기다.
나는 한 때 마치 다른 차원의 문들을 모두 여닫아 볼 요량으로 이곳저곳을 기울이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때, 아직 젊은 시절 만난 한 책방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것이다.
책방을 방문하는 건 가끔 이세계를 건너온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그때 갔던 책방이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사라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차원의 문은 쉽게 열리고 또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편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사라지다 보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조만간 모두 닫히게 되는 건 아닐까
고민스럽기도 했다.
책방이 또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것이라면 나는 그 문을 지켜야겠네.
한 책방 주인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으니 재밌는 이야기라며 웃었다.
자신은 오래도록 이 문을 지킬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너는 헌책방의 신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니?"
"네?"
그 책방 주인은 헌책방의 신에 대해 말을 했다.
책을 필요로 한 자에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말하자면 책방계의 삼신할매 같은 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 신이 가끔은 스스로 책방 문을 열기도 한다고."
"사장님은 그 책방을 방문하게 되면 뭘 가지고 오고 싶어요?"
"나야 그 헌책방의 신이 가지고 있는 책 명부. 각자 어떤 책을 필요로 하는지 적혀 있는 명부가 있다면 말이지."
그 이야기를 끝으로 한동안 헌책방의 신에 대한 이야기는 잊고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서점을 만났다. 꽤 삶에 지쳤던 순간이었고, 모든 것에 싫증이 나던 순간이었다.
내가 정말 바라던 순간은 항상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곤 한다.
책방 이름은 '올리밴더스'.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지팡이 가게 이름과 같았다.
현존하는 최고의 마법 지팡이 제작자. 게릭 올리밴더가 운영한다는 그 '올리밴더스'.
지팡이는 마법사를 선택한다.
그의 가게에서 지팡이를 선택하는 과정은 흥미로운데
지팡이를 추천하고 다시 바꾸고, 또다시 바꾸면서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가게에 지팡이 박스가 수북이 쌓인다.
마법사가 지팡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지팡이가 마법사를 선택한다는 것.
그가 잠시 카운터에 자리를 비운 사이 바닥에 나뒹구는 이상한 종이 뭉치들을 나는 홀린 듯 가방에 넣어 왔으니
그것이 바로 책방 주인이 말했던 명부였음을 알게 된 건 나중 일이다.
정확히는 책 처방전. 올리밴더 스는 책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오직 단 한 권의 책을 팔았는데
모두 손님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건넸다. 내가 가져온 것은 그 처방전 내용이었다.
나는 그때 가져온 것들을 한동안 책장 밑에 넣어두었다가 이제 하나씩 꺼내보려 한다.
그 기묘했던 경험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