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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훈주 Dec 04. 2024

돈 되는 글쓰기. 내 마음은 10%만

돈 줄 사람이 원하는 글을 쓰되, 내 이름을 지키는 방법

대전에 있는 유성온천 리브랜딩 사업에 홍보 기자로 일을 참여하게 되었다.

예전 책 출판을 도와드린 사장님이 기자가 필요하던 차에 내 이름을 기억했고

급히 사업 중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일감을 얻으려면, 

동네에서 작가로 살아남으려면,

만나는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한다.



"황작가 글이 마음에 들어. 감성적으로 잘 쓴단 말이지. 근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글쓰기는 기사글이야. 그리고 홍보글이라고. 잘 부탁하네!."


특유의 목소리로 껄껄껄 웃으며 등을 툭툭 치는 사장님이다.

60이 넘어가는 사장님은 원래 무역업을 했던 사람이었다. 업계에선 꽤나 이름을 날렸던 사람인데

코로나로 수출길이 막히자 도시 브랜드 마케터로 일을 틀었다. 이력만 나열해도 보통 사람은 아니다 싶다.


유성온천. 내가 살고 있는 동네다. 동네가 독특한데 유성온천을 중심으로 지역 거점 대학인 충남대가 있고 맡은 편엔 목원대가 있다. 한때는 관광거점도시로 유흥업소들이 즐비했던 곳이고, 온천 관광이 핫했던 70~80년대에 지은 호텔과 숙박업소가 있다. 한순간에 사람이 몰렸다 빠지니 한철에 지은 건물들이 자리를 잡고 무너지는 중이다. 최근엔 100년 넘은 유성 호텔도 문을 닫았다. 


유성온천은 온천이 유명했다. 나름 천년의 역사를 가진 온천이니까. 그러다 보니 동네를 다시 살리려 여러 도시재생사업도 들어오고 국가사업을 따내 이런저런 일을 벌였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 리브랜딩 사업은 '온천과 온천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한다고 하였고 그에 대한 여러 홍보기사를 써야 하는 것이 내 일이 되었다. 


사업 목표 : 도시 온천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도시민의 삶을 집중 조명하고 스토리를 발굴하여 도시 이미지 브랜딩 진행



사업을 받고 나니 영 속이 좋지 않다. 이거 잘못하면 커리어 꼬이겠다 싶다.

구청 공무원들의 입맛도 맞춰야 하고 중간 수행사가 점검하기 쉽게 서류 작성도 필요한 일이다.

심지어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브랜딩 사업을 3개월 안에...? 지금까지 실패했던 일을...?


잘하면 당연한 일이고 못 하면 욕먹는 게 프리랜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그렇다.
내가 실수하는 것을 막아 줄 그 누군가도 없다는 걸 항시 생각하며 최고의 결과를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돈 되는 글쓰기는 내 스타일대로 쓰는 글이 아니다. 정확하겐 원하는 글을 대신 써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가장 잊지 말아야 할 철칙 중 하나는


1. 사업 발주자와 충분한 소통 및 업무 소통 방법 만들기!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지만 이 길을 놓치는 이들이 많다.

이거 당연한 거 아니야? 싶지만 아니다. 사업 발주처는 하나지만 협업 관계에선 업무 보고 체계가 꼬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게 직접 일감을 준 사장님과도 소통이 되어야 하지만 홍보 기사 작성에 대한 모니터링은 중간 관리 업체와 소통해야 하고, 또 구청과 일을 할 땐 기사에 대한 크로스 체크와 기사 노출 시기에 대한 소통도 진행되어야 한다.

사실 한 달 정도는 글 쓰기보다 사업 흐름 전체를 보며 어떻게 소통하는 게 효과적인지 관찰하는 게 더 중요할 정도다. 다들 본인 일이 바쁘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뚫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 알아맞히기란 쉽지 않다. 제한된 시간에 서로 할 말만 오간다. 그 사이에 그들이 말하는 단어의 뜻이 내가 생각한 뜻과 정확히 일치시키는 건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 간다. 


몇 번 만난 결과, 이들이 계획하는 도시 리브랜딩은 한 번의 팝업 스토어 행사였고, 도시민의 삶과 활력을 나타내는 건 러닝과 요가 등 젊은 층이 즐기는 운동이었다. 그러면 내가 써야 할 글도 결국은 이 두 가지 대상에 대한 취재와 많은 이미지 재생산인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이런 글은 내가 선호하는 글은 아니다. 실제 존재하는 삶이 아닌 가상의 삶을 만들고 이미지화해서 상품화하는 건 내가 그리 좋아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원하는 글을 써 주되 내 이름을 잃지 않게 아주 조금 내 감성을 문단 사이에 숨기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는 거다. 그게 프리랜서로서 내 감성도 지키고 돈 되는 글을 쓰는 방법이다.



나 자신을 잃지 않고 남이 원하는 글을 쓰는 건 항상 저울질하는 것 같다.

나를 글에 얼마만큼 넣을 수 있는지 계량하는 것과 같다.

글은 쓰되, 품위를 잃지 말자. 

이건 어쩌면 잡지사에서 편집장에게 배운 정신일지도 모른다.

이 정신을 나는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동네 작가로 살아남는 tip

1. 일 감 주시는 대감마님과 충분한 소통 및 업무 소통 방법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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