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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구 May 17. 2022

책이 나온지 6개월

아직도 재고는 많이 있다지요?

책을 낸지 이제 6개월이 지나간다.

역시 아직도 재고는 충분하다. 든든하다! 와하하!


책을 낸다 해도 당연히 당장 완판될 가능성은 적다.

그게 이름 없는 작가라면 더욱.

출판사 마케팅이 없다면 더욱더.

책 주제가 한 지역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이!


내가 다니는 출판사에서 내가 기획하고 내가 편집해서 내가 사업비 얻어 내가 출판한 책이다.

옆에서 디자이너 누나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책을 엉성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글 쓰는 건 언제나 피로도가 있는 일이고 같은 글을 혼자 계속 보면 모든 것이 문제 없어 보이기 마련이다.

디자이너 누나가 매번 책을 같이 교정봐주면서 틀린것들을 찾아줄때마다 민망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이 귀인 분이 없없다면 어쩌면 우리 출판사가 휘청할지도 모른다. 그정도로 편집자보다 더 편집을 잘 보는 디자이너.. 그저 빛..!


책이 나오고 한 달 동안은 정신 없다.

카톡 프로필에 책을 냈다는 소식을 올리고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

인스타에도 태그되어 책 읽었다는 인증들을 보게 되면서 괜히 뿌듯하고 민망하고.. 하지만 멈추지 말고 계속 해줬으면 하는 소심한 관종의 삶을 배부르게 즐겼다.


책이 나오고 두 달이 지나면 현실이 보인다.

예전 백종원 선생님도 가게 개업 초기가 지나면 현실이 나타난다 했는데 정말 그렀다.

책 주문서에 내 책이 적힌 날은 적었고, 생각보다 책이 나가는 날은 매우 급격히 줄었다.

슬슬 조바심이 나서 친구를 만나면 스윽 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책이 나오고 세 달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처음 책이 나오고 교보문고에 내 책을 검색한 날이 많았다면

이제는 다시 네이버 웹툰을 들락날락 거리는 날이 많아졌다.

작가라는 이름보단 다시 내 이름과 내 직급으로 불리는 날이 많아졌다.

그게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흘깃흘깃 옆을 보는 눈짓을 그만둘 수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웹소설 공모전을 찾아보고, 신춘문예는 언제 원고 접수 받는지 괜히 찾아본다.

안다. 출판사 일로 매우 바빠 원고 쓸 날은 매우 가끔 온다. 그래도 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이 주위를 맴돈다.


중력이 그렇다. 중력 영향권 안에 들어오면 끌어당겨질 일 밖에 없다. 속도와 시간의 문제일 뿐, 점차 맞닿는 날은 다가온다. 작가란 삶이 내 안에 한 번 들어왔기에 나는 글을 멈출 수 없을 거 같다.

6개월이 지났다. 책을 내고서 큰 삶의 변화는 없지만 내가 그리는 미래는 조금은 더 선명해진다. 꿈을 쫒아간다. 언제 잡힐지 모를 꿈을 따라간다. 그 삶이 그리 나쁘진 않은 거 같다.


책을 낸다는 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걸 매번 느낀다.

마케팅이 책 원고 교정보다 중요하고

서점 매대에 책 놓을 수 있게 싸우는 게 중요하고

저자와 강의 일정 잡아 책 파는 행사를 하는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하나 더 안 것이 있다면

책을 내는 순간 작가에 대한 열망도 시작된다는 거다.


아마 나는 계속 글을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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