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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훈주 Sep 25. 2024

도시에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입히기

때로운 작위적 퍼포먼스가 필요할 때도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어필하고자 할땐 때론 억지도 필요하다. 그래도 나중에 돌아보면 좋은 추억일테니까...

이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과정에 순서를 지키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려 했던 과거의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니까. 그럼에도 우린 그런 일을 답습하곤 한다. 떄론 퍼포먼스란 이름으로.




동네에서 작가를 하고 있다. 아니 기자라고 해야 하나. 뭐. 여튼. 글을 쓰고 있다.

글로 먹고 살고 있으니 나는 작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기자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에디터..? 


"작가님은 칼럼니스트가 뭐라 생각하시나요?"


최근 칼럼니스트에 대해 취재하고 싶다해서 인터뷰에 응했다. 나는 칼럼니스트인가? 물론 음식에 대한 칼럼을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그럼 나는 칼럼니스트인가?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오셨나요?"


칼럼니스트를 취재하러 온 사람에게 칼럼니스트가 뭐라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일종의 책임 회피랄까. 


"현상을 보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인거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제가 인터뷰를 응해도 되겠어요."


나는 나를 작가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나를 남들도 작가로 생각해줄까 걱정하곤 한다. 

아무래도 글은 쌍방 소통이다보니 내가 혼자 아무리 우겨도 할 수 없는 게 있는거다.

글을 쓰고 돈을 벌지만 나는 작가가 되고 싶고, 소설을 쓰고 싶다.

내 소설 쓰기는 너무나도 쉽게 다른 생계 글쓰기에 밀리고, 나는 작가가 되지 못한다. 작가로 살고 싶은 나는 칼럼을 쓰며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러나 남들은 나를 작가보단 기자로 부른다. 내 생활 반경은 어쩔 수 없다. 


유성온천에 살며 유성온천 리브랜딩 사업에 함께하고 있다. 온천 도시들은 온천으로 흥해 온천으로 망해가는 중이다. 예전엔 아산, 도고 온천 지구를 아카이빙한 적이 있다.


"예전엔 목욕탕 앞에서 물통 장사만 해도 집을 샀어."


온천물이 좋다는 소문에 온천물을 관광버스를 타고 우르르 와서 물통에 넣어 갔다는 거다. 그 물을 어찌 썼나 싶지만 바다에 가면 조약돌 주워오고 싶은 마음이었을거다. 그랬던 곳이 이제는 빈 호텔만 잔뜩이다. 그중 청수장이란, 예전엔 수련회도 오고, 신혼여행도 왔던, 그러나 지금은 망하고 문도 굳게 잠긴 그런 호텔을 아카이빙했다. 


"사람이 많이 모였던 빈 방엔 귀신이 많데."


대표님은 아산까지 운전하는 동안 잠을 깨려고 유튜브로 귀신 라디오를 들었다. 나는 애써 무시했지만 무시무시했다. 


유성온천도 스러져간다. 유성호텔이 문을 닫았다. 왜 유성호텔은 문을 닫아야 했나. 100년 된 호텔도 관심이 떨어지면 망하는 법이 유성이었다.


"이번 컨셉은 블레저야."


비즈니스와 레저의 합성어라고 한다. 놀러 여행 올 정도는 아니여도 일하러 와서 잠시 쉬어 가기 좋은 동네라는 거다. 맞는 말이다 싶어 좋은 글을 쓰겠다 싶었다. 인터뷰가 한창이었던 어느날, 급하게 전화가 왔다.


"촬영을 해야 하는데 빨리 와 줘."


이번에 함께 일하는 팀장은 갑자기 나를 불렀다. 계룡스파텔로 가니 왠 외국인들이 잔디에 누워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같이 사진 찍음 돼요."


아! 란 말을 하기도 전에 나는 잔디를 굴러야 했다. 이건 낫 유즈얼하지 않아? 외국인들은 유학생들이었다. 대전엔 대학이 많으니까. 이들과 함께 잔디에서 노트북을 들고 일하는 연출 사진을 찍었다. 그래. 아주 좋다. 이게 정말 맞아?


"이건 퍼포먼스야. 유성온천지구가 그만큼 블레저 즐기기 좋단 거지."


그랬다. 유즈얼하지 않은 것은 퍼포먼스가 된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뭐라 생각하든 남들이 이해하는 것으로 우린 이름을 불리게 된다. 가끔은 낯설게 만들어 남들에게 각인시키는게 필요할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아직도 그때 나는 하기 싫다 거절했어야 했나나 아니면 더욱 적극적으로 사진 찍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했나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것과 다르다고 다 틀린 것도 아니고 내 기호가 없이 살아가는 것도 삶은 아니니 참 어른 되긴 어렵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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