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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훈주 Sep 26. 2024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아니 보인다. 너의 속내.

동네 거리는 조금씩 계속 변한다.

내가 생각하는 내 나이와 남들이 보는 나이는 다른 편이다.

나는 아직도 20대라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는 나는 어느새 30대다.

30대면 어엿한 어른이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말씀. 

30년 넘게 아직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를 실패 중이다. 

오늘도 지각이다. 늦잠을 잤다.




청춘 공론장에서 수다장을 맡았다. 내 파트는 맛집. 대전엔 뭐가 맛있나요?


사실 맛집에 대해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조금 곤란하다. 개인적으로 맛있는 음식과 맛집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이란 건 지극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것이다. 오직 내 주관만 사용하는 오감 중 제일 이기적인 것이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고 내 자신의 주체성을 살리며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 주장하는 바이다!


하지만 맛집은 제일 타인 지향적이다. 남의 눈에 띄고 싶은 욕망의 산물이 맛집이란 단어일테니까. 줄을 서는 것도, 인증하는 것도 결국 남을 위한 행위다. 인간이 사회에 속하는 순간 줄을 서야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슬픈 일이다.


"저는 궁동에 맛집을 많이 알아요."


이제 곧 졸업한다는 친구가 말했다. 나와 같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친구였다. 내가 자주 갔던 대학거리에 맛집이 있다고 해서 물었는데 알 수 없는 가게들이 줄줄이 나온다.


"타코야끼는 보루보루타코가 맛있어요. 여기가 제일 맛있어요. 최고!"


생각해보니 내가 궁동을 다니던 시기로부터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무색한 세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분명 나이 먹는 걸 실감하고 싶지 않던 누군가가 외친 절규였을거다.


"제가 알던 거리랑 많이 바뀌었네요. 그래도 닭섬은 남아있죠?"


"맞아요. 엄청 오래된 노포!"


내가 대학생일땐 가장 핫한 신상 맛집이었는데....



공론장이 끝나고 한번 다시 궁동을 찾았다.

대학가는 언제나 설렌다. 그건 값싼 커피가 있어서도 아니고, 젊은 친구들이 활기를 불어넣어서도 아니다.

그냥 그대로도 좋다는 인자한 미소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대학가다.

젊으니까. 그 한마디는 마법과 같이 모든 것이 문제 없을 것 처럼 마음을 녹인다.


예전처럼 엄청난 활기를 띄는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요즘은 두 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봉명동이 더 핫한 거리가 되었으니까.

그래도 골목골목에 남아있는 예전 모습과 그 사이에 숨은 새롭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 유성온천지구 리브랜딩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전에 가 볼만한 곳은 어디죠? 유성은 어디가 좋아요?

묻는다면 대부분 인터넷을 검색한다. 잘 나가는 카페와 식당이 나온다.

네. 여기 여기 여기 다녀오시면 되요.

네 감사합니다.


.


그러고 싶진 않았다.

동네에 살고 있는 작가라면 조금은 한량같아 보일지라도 여기저기를 쏘다니면서 숨은 곳, 반짝이는 무언가를 물어오는 까마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다닌 궁동엔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알로호모라>. 아마 사장이 해리포터 덕후인지 메뉴와 가게 외관이 심상치 않다. 조만간 친구와 버터맥주 한 잔 하고 싶을 때 와야 겠다 싶다.


개인적으로 크루시오 마셔보고 싶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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