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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훈주 Sep 30. 2024

낯설게 건네는 위로

온천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

이번 가을에도 유성온천 여행주간 행사를 진행한다. 10월 11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다. 슬로건은 「다시 온(溫) 유성온천 여행주간」. 말 그대로 봄에 했던 유성온천 행사를 가을에도 진행한다. 유성온천지구는 유성구의 핵심 브랜드다. 현재 유성구는 ‘유성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온천지구는 쇠락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를 하나로 뽑기엔 어렵다. 문화적, 시대적 트렌드가 바뀌며 복합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 유성온천지구는 독특하다. 시가지 중심에 있는 온천지구다. 도심 외지에 떨어진 아산 도고온천, 울진 백암온천과는 다르다. 또 유성온천지구 중심 좌우엔 목원대와 충남대가 있다. 그리고 지하철역도 지나간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온천을 위해 찾아가야 하는 다른 온천지구와 달리 유성온천지구는 사람들이 있다. 

유성온천 중심엔 호텔이 있었다. 최근에 문을 닫은 유성호텔을 비롯해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아드리아호텔, 홍인호텔 그리고 아직 명맥을 유지하는 경하온천호텔과 계룡스파텔 모두 온천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성온천을 즐기기 위해선 호텔을 찾아야 했다. 요즘엔 불가마사우나, 스파 전문 시설도 등장하곤 있지만 아직까진 ‘온천을 즐기려면 호텔’이란 공식은 유효하다. 

과거 온천을 즐기기 위해선 숙박이 전제되던 시기가 있었다. 80년대. 한창 국내로 신혼여행을 다니던 시기가 그랬다. 국내 여행 가는 것도 어렵던 시기에 신혼여행으로 전국 유명 도시를 다니는 게 유행이었다. 대전도 신혼여행지 중 하나였다. 유성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온천을 즐긴 후 동학사를 다녀갔다. 또 유성온천지구는 관광특구 영향으로 유흥을 즐기기 위한 이들이 찾은 도시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온천 즐기기 위한 여행은 가까운 일본을 가고, 술을 마시고 놀고 싶으면 서울로 올라가는 시대다. 과거 공식을 가지고 지금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온천을 즐기려면 정주성이 필수다. 몸을 담가야 하고, 체험해야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이것이 온천 콘텐츠가 쇠락하는 이유는 아닐까. 숏폼 시대라 할만큼 다양하고 빠른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느긋한 휴식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물론 쉼과 여유를 원할수도 있지만 그들은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된 곳에서 휴식을 즐길거다. 유흥과, 숙박, 온천이 섞여있는 유성온천지구는 단순히 온천에 대한 효능과 즐거움을 말해선 관광객 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도 설득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온천행사 한다하면서 온천장 입욕권 티켓 주는 것으로 큰 효과를 주긴 어려운 이유다. 행사를 열면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 거리를 주된 콘텐츠로 놓지만 그런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온천 콘텐츠를 즐기긴 어려운 것이다. 지역에서 만들어가는 행사와 지역에서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 사이 타켓 고객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다.


최근 대학교 유학생이 늘면서 대전에서도 외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유성온천지구에 대해 물었다. 족욕체험장과 황톳길 그리고 찜질방 문화가 재밌다고 답했지만 먼저는 이런 시설이 있는 줄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답했다. 대전 지역에 살면서 지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지만 그들을 위한 지역 콘텐츠 홍보는 아직 미약한 상황이다.

또한 유성온천지구엔 온천 외에도 여러 관광 자원이 있다. 호텔이 있다보니 회의 가능한 컨퍼런스 홀이 있고, 봉명동에 카페 거리가 생기면서 여러 음식과 작업할 수 있는 카페 공간이 생겼다. 교통 이동도 쉽게 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결합하면 새로운 관점으로 도시를 볼 수 있을 거다.


블레저라는 개념이 있다. 출장 온 김에 방문한 도시를 즐기는 거다. 유성온천지구가 관광을 목적으로 올 수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출장 개념으로 방문해서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컨퍼런스홀과 숙박업소가 밀집되어 있고, 간단히 즐길 온천도 있다.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 거리도 조성되어 있으니 어찌보면 유성온천지구가 노려야 할 고객은 관광객이 아닌 비즈니스맨이다. 


최근에 외국인 5명이 족욕장과 계룡스파텔을 거닐며 블레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워크인투코리아에서 기획한 퍼포먼스다. 한 손엔 노트북을 들고 대화를 나누고, 족욕을 즐겼으며 잔디밭이 드러눕기도 했다.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인 퍼포먼스였다. 족욕을 즐기던 주민들에겐 신기한 광경이였을거고 퍼포먼스에 참여한 외국인들도 유성온천지구에 즐길만한 요소들을 찾아가는 시간이었을거다. 퍼포먼스 자체는 언제나 과장되고 일상 속 낯선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런 낯선 충격이 때론 새로운 대안을 생각하게도 한다.





도시를 다시 재생하기 위해선 과거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도시는 마치 생명체와 같아 점차 변화한다. 그러나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체 과거 모습에 빠져 있다면 그 도시는 변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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