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훈주 Oct 04. 2024

외국인은 찜질방을 좋아할까?

궁금하면 물어봐야지.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건 외국인들이 훨씬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다는 거다. 낯선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건 어떤 여유일까? 그건 어쩌면 여행자의 마음일 수도 있고 또는 문화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세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있어. 요즘은 서울에 있었는데 대전에 있는 친구가 놀러오라 해서 왔지. 오기 전엔 엄청 작은 마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크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좋은 거 같아. 사우나도 재밌었고 무엇보다 식혜가 맛있더라.”




동네 작가로 살면서 자전거 타는 날이 많아졌다. 심심하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돈다. 동네 사람들은 매번 같은 모습으로 오고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다양한 삶이 매번 태어나고 사라진다. 그 순간들을 포착하고 기록하는 것이 동네 작가의 일이다. 그리고 그런 기록들이 결국은 동네를 정의하게 된다.


족욕장 근처엔 매번 새로운 이방인이 찾는다. 마치 마을 입구에 있는 우물에 발을 멈추듯 물이 있는 곳엔 사람 발이 멈춘다. 이곳에서 새로운 만남은 피어나고 진다. 외국인 두 팀을 만났다. 그들은 대전에 처음 놀러왔다고 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친구 따라 왔지. 여기에 친구가 있거든. 온천 좋으니까 한 번 놀다 가라 하더라고.”


이방인이 또 다른 동네를 찾아가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중 대부분은 사람이다. 사람은 항상 사람을 만나러 떠난다. 사람은 목적지가 되기도 하고 또 다시 출발지가 되기도 한다. 돌고 도는 것이 여행이고 삶인가 보다.


외국인 친구들은 찜질방에서 잠시 땀을 뺀다 했다. 따라갔다. 그들을 부른 친구는 찜질방 안에서 식혜를 시켰다. K 드라마 영향인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수건으로 양머리를 하고 식혜와 맥반석 계란을 먹었다. 전통 불가마 한증막에서 땀을 쭉 빼고 시원하다고 말한다. 물론 정말 시원하다고 말한 건 아니다. “It’s cool!”. 의미는 일맥상통할거라 생각한다.


찜질방에서 나와 유성온천길을 걸었다. 그들에게 유성온천의 유래와 오래된 온천탕을 이야기했다. 물론 더듬더듬하면서 말했지만 그 모습이 꽤나 재밌었는지 유심히 말을 들어줬다. 


“온천을 하면 혈액순환이 좋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 큰 동네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온천도 즐기고 사우나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거 같아.”


이들은 다시 또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했다. 동네에서 있던 시간은 두 시간 남짓. 그리 긴 시간이 아니고 동네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에겐 아쉬운 시간이다. 이왕이면 밥도 사먹고, 잠도 자고, 더 놀다 가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도시 규모에 맞는 체류 시간이란 게 있는거 아니겠는가. 그 시간 동안 즐겁게 놀다 가고 이 도시 속에 또 목적지 삼을 사람이 남아 있다면 누군가 또 이곳을 방문하게 될것이다. 


동네 작가로 다니면서 관광도시란 뭘까 한참 생각을 하곤 한다. 관광도시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치 이곳에 와서 돈을 써야 할 것처럼 말하는 이들을 보면 조금 머리가 아프다. 관광이 곧 돈을 쓰는 곳이 되면 안된다. 결국 그렇게 만든 마을들이 얼마나 오래 갔던가. 그보단 주민들의 삶이 먼저 안정화가 된 곳에 자연스럽게 피어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 만난 외국인 친구들이 반가운 이유다.



열심히 다니면서 이야기를 모으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거란 생각을 한다.

그런 날을 기다려보는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낯설게 건네는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