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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훈주 Sep 19. 2024

지역에 외국인이 있으면 사람들이 놀란다.

사실 그리 놀랄 것도 없는데.

대전은 유학생 수가 많은 도시다. 23년 기준 대전 내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1만 764명이다. 전국적으론 서울과 경기 부산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다. 참고로 부산은 1만 1,946명. 하지만 보통 생활하면서 외국인을 마주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유학생은 학교 주변에서 놀기 마련이고, 사실 대전에 뭐가 있는지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해도 갈 일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외국인과 무언가 함께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동네에서 작가로 살 수 있을까? 아직 그 답은 잘 모르겠지만 동네에서 작가로 활동하면 좋은 건 동네 일들에 적극 참여해 볼 기회는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에 함께하고 있는 워크인투코리아안 웹 신문사에서 외국인 팸투어를 진행한다 해서 쫄래쫄래 따라갔다.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죠. 여기가 지하철이랑도 가깝다면서요. 다음에 혼자 시간 나면 족욕하러 놀려오려구요."

이번 팸투어에 참여한 이집트 유학생 오사마 씨의 이야기다. 이번 팸투어는 워크인투코리아와 진돌투어가 함꼐 참여해 운영했다. 먼저 k-pop 댄스를 댄스학원에서 배우고 그 배운 춤을 대전 관광지에서 추며 노는게 팸투어의 모든 것.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춤을 추며 친해지기 좋고, 또 춤을 춘다는 핑계로 대전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 꽤 괜찮은 기획이다. 


함께 배운 춤은  <슈퍼노바>였다. 하이라이트 부분만 춤을 췄는데 못 추면 어떻고 잘 추면 어떤가. 같은 동작을 같은 음악에 맞춰 따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춤이란 게 참 멋진 일이다. 사람 몸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며 서로 동작을 맞춘다는 건 사람이 꼭 말로만 소통하란 법이 없단 걸 문득 다시 깨닫게 한다.




함께 춤을 추며 친해진 후 다같이 유성온천지구에 있는 황토길로 출발했다. 

유성온천지구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토길이 있단 건, 로컬 사람 중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계룡스파텔 공원 한 쪽에 만든 길로 꽤 그 길도 길어 즐거운 산책을 할 수 있는 코스다. 황토길을 체험 후엔 바로 근처에 족욕장도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관광 코스 뚝딱이다.

계룡스파텔에 있는 황톳길 역사는 꽤 깊다. 2012년 선양소주가 조성한 길로 그 길이는 400m 정도 된다. 황톳길 조성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양소주에서 관리를 하고 있어 길 완성도가 높다. 적당히 나무도 우거져 있어 햇빛을 피하고, 자연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 맨발로 다닐 수 있는데가 얼마나 더 있을까.


맨발로 흙을 밟는 느낌은 꽤 생소하다. 특히 도심 속에선 더욱 생소하다. 길은 수많은 이들이 다니는 곳이고 도심은 낯선 이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내 속살을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건 단순히 길 조성해서 좋다라는 것 이상으로 그 길을 계속 유지하고 함께 쓸 수 있게 시민들이 노력했기에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여기 들어올 땐 신발 벗고, 도는 길은 우측으로에요."

처음 길에 들어서자 산책하는 어르신이 황톳길 이용법을 알려준다. 누가 가이드를 하는 것이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며 움직이고 배우는 것이 진정한 로컬 체험이고 이것이 로컬 문화다. 동네 작가로 살면 내가 있는 동네가 다른 동네와 다른점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있는 이 익숙한 곳이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동네와 가장 가까지 있으면서 사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작가가 아닐까 홀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더운 지방이라 이렇게 족욕하는 문화는 없어요. 한국은 겨울에 추우니까 이런 시설 겨울에 오면 좋을거 같아요."

황토길이 끝나는 곳에 조금만 걸으면 유성온천 족욕 체험장이 있다. 황토길 체험 후엔 족욕장을 방문했다.

미안마에서 왔다는 한 학생은 족욕이란 문화가 낯설면서도 신기하다. 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렇게 땀이 나고 하는 게 혈액 순환도 되는거고 몸이 좋아지는거에요."

왜 족욕을 하는지, 이게 왜 좋은지, 온천물이 왜 좋은지 이번 팸투어에서 이야기 하진 않았다. 하지만 경험하고 직접 부딪히면 스스로 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로컬의 문화는 뭐고 어떤걸 즐길 수 있는지 말이다. 이번 팸투어는 단순히 무언가를 알리려 노력하기보단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장소만 제공했다는 것이 매력적인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유성온천 족욕장 근처엔 <전주집>이라 큰 식당이 하나 있다. 메뉴는 시래기탕, 시래기갈비탕, 된장찌개. 돼지는 들어가지 않는다. 소뼈를 고아 낸다. 무슬림 학생들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대전은 관광산업을 열심히 외치곤 있지만 할랄 푸드점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무슬림 학생들은 그래서 닭고기집을 찾는다. 닭갈비, 치킨 등등. 여행지에서 닭갈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게에 대한 관리와 운영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팸투어는 3시간 정도 진행했다. 누군가에겐 금방 지나갈 3시간이지만 

단 3시간이면 한 지역의 문화와 즐거움을 소개하기엔 충분하다.

팸투어가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이점에 있다 보여진다.

명료하고 직접적인것. 

굳이 거대하고 웅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최근에 있었던 대전0시축제를 돌아보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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