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온천은 왜 쇠락하는가
유성온천지구 거리를 걷다보면 목욕 바구니를 볼 수 있다. 유성온천은 다른 온천들과 다르게 도심 속에 있는 온천이다.
“나한테 맞는 온천탕을 꾸준히 가는거지.
여러 온천탕이 있지만 각 온천탕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다르다며 가는 곳만 가는 것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다. 이처럼 누군가에겐 온천은 문화지만 그들의 삶과는 다르게 유성온천지구는 쇠락하고 있다.
“꾸준한 단골은 있지만 그것만으론 운영이 어렵죠. 우리도 직원이 10명이 안되니까. 찾아오는 분들은 예전부터 계속 오셨던 단골들이죠. 운영한지도 40년이 넘었으니까 젊을 때 부터 오신 분들이죠.”
한때 유성온천엔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크게 분 풍선에 바람이 빠지면 그 빈 자리를 메우기가 어렵듯, 현재 유성온천도 수많은 관광객이 들어왔다 빠진 자리를 어떻게 매워야 할지에 고민이다.
*온천지구 쇠락은 전국적 고민
20년 11월 국토연구원에서 발간한 <온천지구의 활력증진을 위한 도시경쟁력 확보방안> 자료에 따르면 온천관광은 지속적 쇠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4년 기점으로 쇠퇴 중이며 그 중 동래 온천은 유일하게 강화 단계로 넘어갔다고 본다. 온천 단지 쇠퇴 원인으로 대부분 재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을 뽑는다. 온천 관광이 성행할 때 번 돈으로 시설에 재투자를 해야 했지만 대부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 의견이다. 유성온천의 고민은 유성온천 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 온천지역이 겪는 고민인 것이다.
*온천지구 생애 주기
유성온천의 현 주소를 먼저 답습한 곳이 있다. 바로 부산 동래온천이다. 70년대. 부산시에서 뽑아올린 온천수를 공급받는 곳은 30곳, 온천수를 끌어다 쓰는 숙박업소가 300여개가 되었다. 이곳은 70년대 이후 시설 노후화에 대한 재투자가 늦어지며 손님들 발걸음이 끊겼다. 80년대. 급격히 들어선 3천여개의 유흥업소와 퇴폐업소로 인해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유흥가로 변모했다.
이 흐름은 유성온천도 비슷하다. 80년대 온천관광으로 주목받고, 관광특구로 지정되며 유흥업소가 들어선다. 한동안 상권이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관광특구 메리트가 사라지고, 시설 노후화와 온천지구 특색을 잃어가며 밤에 현란한 네온사인이 뒤덮힌 골목이 되었다.
*동래온천과 유성온천의 차이점은?
동래온천 분위기는 뜨겁다. 젊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중이다. 동래온천 골목의 레트로함 때문이다. 콘텐츠 만드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부산 목욕탕 전문 잡지 <집앞목욕탕>은 부산 동네 목욕탕을 소개하며 목욕탕 문화를 탐구한다.
동래온천 골목을 걸으면 온천 역사부터 현재까지를 볼 수 있다. 동래별장은 100년 전 온천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적산가옥으로 남아 있다. 동네 목욕탕이 남아 있고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스파랜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온천의 역사성 뿐만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파시설까지 모두 가지고 있어 콘텐츠 생산 뿐 아니라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유성온천지구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온천 근대화가 시작되었으나 역사성이 남아 있지 않다. 그나마 역사성 상징이었던 유성호텔마저 문을 닫고 새롭게 건물이 올라설 예정이다. 관광지로 주목 받았던 시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건물이나 거리도 없다. 유성온천 역사성을 누군가 나서서 말하지 않으면 찾아 보기 어렵다. 오래되고 좋은 온천탕이 있지만 시각화되어 있지 않아 유성온천역에 내리면 온천을 즐기기 위해 어디로 가야할지 갈 길을 잡기 어렵다.
*온천은 엔진.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
앞서 말한 <온천지구의 활력증진을 위한 도시경쟁력 확보방안>에선 온천 경쟁력 진단하며 3가지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온천자원과 연계한 콘텐츠 발굴 및 육성. 둘째, 온천관광지구 이미지 구성. 마지막으로 새로운 온천자원 접근법 모색이다. 유성온천지구는 현재 문체부 선정 ‘유성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온천문화체험관을 2025년부터 건설 예정이다. 이 체험관을 중심 시설로 유성온천을 나타낼 통일된 콘텐츠와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생산해야 한다. 또한 유성온천지구는 주변 대학과 연구단지 그리고 관광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 중심 지역이 될 수 있다. 온천 자체를 콘텐츠로 부각하기 보단 온천과 온천을 중심으로 즐길 수 있는 여러 시설을 한데 묶어 브랜드화 하고 유성온천을 유성온천만의 모습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각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유성호텔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스타필드 빌리지, 조선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성온천지구를 대표할 수 있는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유성을 다시 이끌어갈 콘텐츠와 브랜드를 이끈다면 유성온천의 미래는 다시 뜨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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