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온천 근대화 개발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온천 문화가 깊은 일본인 눈에 바라본 오늘날 유성온천은 어떨까? 일본인 두 분을 초청해 유성온천 족욕장과 대온탕을 함께하며 그 소감을 들어보았다.
“일본 온천하면 ‘쉼’이 떠오릅니다. 도시 스트레스를 떠나서 좋은 경치를 보면서 몸을 담그는 거죠. 사계절 별로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쉬는 겁니다. 그에 비해 유성온천은 대중 목욕탕 느낌이에요. 또 일본엔 세신 문화가 없다보니 목욕탕 풍경이 ‘쉬는 것’보단 ‘씻는다’는 느낌이 강해요."
이번 유성온천 여행에 함께한 이들은 미야가와 나오코 씨와 구로다 미키 씨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온천하면 떠오르는 것이 쉼이라고 했다. 온천을 즐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쉬고 있다는 증거였다.
“일본은 온천을 가면 숙소에서 '유카타'를 줘요. 그걸 입고 다니면 남들에게도 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죠. 한국도 온천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일본은 온천을 즐기러 가는 과정도 콘텐츠다. 온천 마을에 가면 거리에선 온천 증기로 찐 달걀과 감자, 고구마 등이 있다. 노천탕에서 자연 풍경을 보며 몸을 푸는 거다. 또 온천을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입욕제도 판다. 입욕제는 각자 좋아하는 온천탕 효능과 향을 그대로 담았다.
2022년 일본 환경청에 따르면 원천 총수는 28,000개, 온천지는 약 2,900개라고 한다.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온천이 있다. 또한 온천탕도 여러가지다. 각 효능에 따라 탕을 구분하기도 하고, 꽃 잎을 띄우기도 한다. 같은 온천을 가도 갈때마다 오늘은 어떤 이벤트가 있을까 기다려 진다. 수많은 온천지는 각각 그 차별점을 두고 여행객들이 쉬어갈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일본에서 온천은 문화다.
대온탕을 즐긴 후 바로 근처에 있는 삼계탕 집을 찾았다. 대한민국 한식조리 명인이 운영하는 집이다. 황칠나무를 넣어 국물이 진하고 끝맛은 달다. ‘형과아우 누룽지 삼계탕’을 운영하는 이정삼 쉐프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방문해서 가장 즐기는 음식 중 하나라고 했다. 이번 유성온천 여행을 즐긴 미야가와 나오코 씨는 현재 유성구 연구단지 근처에 살고 있다. 그녀는 유성에 살고 있지만 유성온천을 체험하긴 처음이라고 했다.
“여행을 즐긴 기분이에요.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이곳이 더 발전해서 많은 이들이 방문하면 좋을 거 같아요.”
유성온천 족욕체험장에서 대온탕까지 거리는 걸어서 5분 남짓. 그 짧은 동선에서 피로도 풀고 일상을 잠시 벗어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온천은 체험해야 알 수 있다. 도심 속에 자리한 유성온천은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활력을 얻고 돌아올 수 있는 생활 속 온천이다. 우리에겐 익숙한 일상이지만 낯선 방문객의 눈엔 새롭고 흥미로운 장소가 바로 유성온천이다.
일본인이 바라본 유성온천은 기회였다. 지하철역과 시외버스터미널, 좋은 교통 요지에 어디에도 지지 않을 온천 물이 있고, 짧은 동선 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많다. 지금까지 익숙함으로 자리햇던 공간을 새로운 상상으로 바라보며 미래를 그려본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