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젊은 이들 사이에 사우나 열풍이 불고 있다. ‘사활(サ活)’, ‘사우너(サウナ-)’, ‘사밥’ 등 사우나 관련 신조어도 생겼다. 사우나 활동,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 사우나 후 먹는 밥을 각각 지칭한다. 일본이 온천 문화가 발달했다 하지만 동네 목욕탕 운명은 한국 목욕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70년대 전국 1만 8천여 개에 이르렀던 목욕탕 숫자는 2006년엔 5,000곳으로 줄었고 코로나 이후 급감하여 23년에는 1,700여 곳 정도가 남았다. 그럼에도 다시 사우나 문화가 부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우나 문화
사우나 문화가 다시 주목 받은 건 2019년도에 방영한 ‘사도’ 드라마가 시작이다. 다도처럼 사우나 도리라는 뜻의 ‘사도’다. 주인공이 일본 전역 사우나를 방문하는 이야기로 각 지역의 실제 사우나에서 촬영했다. 이전에 ‘고독한 미식가’란 드라마에서 실제 각 일본 지역에 가볼만한 맛집을 소개했다면 이 드라마에선 가볼 만한 사우나를 홍보한다. 스토리텔링이 추가된 잘 만들어진 사우나 홍보 영상이라 볼 수 있다.
‘사도’ 드라마가 젊은 세대 사우나 열풍을 이끌 수 있던 이유는 무엇보다 목욕탕 이미지를 젊게 만들었단 것에 있다. 휴식과 여유라는 사우나 고유 특성은 살리되 각 지역마다 독특하게 즐길 수 있는 탕과 시설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단순히 사우나를 하면 어디에 좋다라는 기능성 홍보가 아니라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뭉쳐 문화로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나라 온천지구 쇠락 소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를 막기 위해 여러 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사우나 문화가 다시 부활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하면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온천 이전에 동네 목욕탕
온천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전 조사로 해외 우수 사례를 뽑을 때 우리나라 온천지구를 해외 여러 유명 온천 관광지구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온천지구와 해외 온천지구는 그 시작과 활용에서 다르다. 온천 관광이 발달한 일본은 그 역사가 7세기부터 시작된다. 불교 공인 이후 각 사찰에서 시욕이라 하여 목욕을 중요시 여겼고, 에도 시대 이후엔 센토라 하여 대중 목욕탕이 생겼다. 특히 귀족들, 왕실을 위한 온천탕은 따로 존재했다. 지금 유명한 일본 온천 관광지구는 그 역사가 1천년이 넘고 그때부터 귀족들의 휴양지였다. 유럽 유명 온천지도 이미 바스라 하여 여행객들의 관광지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온천 문화는 근대화와 함께 시작했고 그마저도 관광 자원보단 지역 대중 목욕탕 정도 위치였다.
특히 유성온천지구는 도심 속 온천으로 관광 개념이 약하다. 온천 물을 즐길 수 있는 거대 스파 시설이 있지 않다. 따라서 유성온천지구의 활성화를 위해선 일본 온천 문화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전에 일본 사우나 문화가 어떻게 다시 부활했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은 온천수지만 그것을 실제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익숙한 동네 목욕탕 이미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목욕탕의 부활 시작점은?
‘사도’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모습은 주인공이 사우나 탕 안에서 피로를 푸는 모습이다. 그리고 옷을 벗고 씻는 단순한 과정 속에서도 디테일한 차이와 재미 요소를 보여 준다. 일본이 잘 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고독한 미식가’ 드라마에선 우린 흔히 보고 지나가는 밑반찬을 가지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뽑아낸다. ;사도’에서도 각 지역별 탕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우나 별 특징에 대해 알려준다. 모르면 그냥 지나갈 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어떻게 즐기면 좋은지까지 알려 준다.
온천지구 활성화를 위해 건물을 짓고, 축제를 열고,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살려야 할 것은 사우나 문화다. 아무리 물이 좋다 한들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같은 온천 물이라도 각 목욕탕 마다 작은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 있는지, 또한 어떻게 즐기면 좋은지에 대한 친절하고 자세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결국 온천지구 활성화를 위한 본질은 온천이고 목욕이다. 목욕 문화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