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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훈주 Nov 07. 2024

우리 동네에 외국인이 잠을 자고 간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지. 여기는 광역시인데

내 동네에 있는 일들을 알리며 동네 작가로 살아가려는 노력 중이다.

작가의 일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국 예전 편집장님 말이 맞았다.

상상을 대신하는 일이다. 도시가 분업화되면서 작가는 상상력을 대신 하는 일을 한다.

내 상상이 얼마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나는 내 받은 일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도시는 상상력을 먹고 자란다. 오늘 우리가 보는 도시는 과거 수많은 이들이 꿈꿔온 결과가 아니던가.

도시를 마케팅하고 브랜딩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비할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닌, 도시 미래를 그리고

그 미래를 도시민이 함께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유성온천을 브랜딩하는 작업에 홍보를 맡아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 행정에서는 얼마만큼 기사가 노출되고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생성했는지를 궁금해하지만 사실 그전에 우선되어야 하는 건 이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비즈니스 관광객. 유성으로 온다

2022년. UCGL 총회가 대전에서 열렸다. DCC 컨벤션 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 행사에 세계지방정부연합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도안동은 신도시 세련된 모습을 느낄 수 있고 여유로운 도시 경관을 즐길 수 있으니 외국 인사들도 만족했겠다. 하지만 대전을 방문한 이들이 DCC 컨벤션을 중심으로 대전 곳곳을 다니며 대전이란 도시 미래를 함께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신도시는 과거 흔적이 말끔히 지워져 찾아볼 수 없다. 이정도 깨끗한 도시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도시가 도시로서 특별해지려면 역사성이 필요하다. 적어도 도시의 역사를 삼국시대까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유성온천을 방문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거리도 20분이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인데 말이다.



도심을 방문하는 이들은 그 목적이 업무였다 할지라도 업무 외 시간엔 도심을 즐기고 그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알고 싶어 한다. 즉, 블레져가 가능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관광지로만 소비되는 도시엔 원주민이 살 공간이 줄어들기 마련이고 이미지만 소비된 채 삶이 사라지게 된다. 이미 놀이공원이 되어버린 수많은 도시를 우리는 알고 있다. 멀리는 베니스, 가깝게는 제주도처럼 말이다. 


유성온천을 방문한 이들

외국인들에게 유성은 어떤 곳일까? 외국인에게 색다른 경험은 엄청난 워터파크를 가거나 얼굴에 머드를 묻히거나 멋진 광경을 보는 것만 있진 않다. 업무 차 들린 외국인들에겐 그런 큰 자극은 오히려 피로감을 준다. 그보단 소소하지만 도시민의 삶을 관찰하고 가볍게 체험해볼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유성온천에 오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족욕장과 황톳길이다. 비용이 들지도 않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고 추억이 된다.

 

"족욕 문화가 없던 건 아닌데 이렇게 도심 속에서 하는 건 신기하네요."




대전을 방문한 외국인이 없진 않다. 대전 내 외국인 유학생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 또한 비즈니스 목적, 여행 목적으로 대전 그리고 유성을 찾는 외국인이 있다. 하지만 아직 낯선 이방인이 선뜻 족욕장에 들어가기엔, 황토길을 걷기엔 문화적 허들이 남아 있는 듯 보인다. 족욕을 하기까지 발을 씻고 들어가는 일에 대해선 먼저 족욕을 즐기는 주민들이 알려주기 전까진 그 규칙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또한 황톳길도 누군가가 함께 이끌어 경험시켜주기전까진 선뜻 먼저 다가가기 힘든 길이기도 하다.


"지하철역과도 가까워서 혼자서라도 나중 와 보고 싶네요."

"서울에서 있다가 친구 때문에 잠시 들렸는데 짧지만 강렬한 경험이었어요."


그런 이들에게도 족욕 경험과 맨발 걷기 경험은 분명 즐거운 일이 된다. 이들이 좀더 이곳에 머물고 도시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들어간다면 분명 이곳을 중심으로 쉼과 활력이 솟아나지 않을까.



블레저로서 유성온천.

유성온천이 발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관광특구 지정이다. 관광특구 지정 목적은 외국인들이 체류하며 소비를 증진시키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자연경관이 좋은 부산, 강원도와 함께 유성온천이 관광특구로 지정된것은 분명 외국인들도 방문했을때 즐거움을 느낄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온천이 주된 콘텐츠라고 해서 외국인들이 갑자기 온천탕에 들어가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온천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도시민의 삶을 발견하고 그 삶을 흉내내며 즐거움과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가 된다면 대전은 분명 매력적인 사업지가 될 것이다. 이곳엔 교통이 있고, 쉼이 있고 활력이 있으며 자본과 인재가 있기 떄문이다.

어떤 도시 미래를 그릴 것인가. 그것이 도시 마케팅과 브랜딩을 위한 시작점에 놓인 질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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