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아~들을 괴롭히지 마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

by 도로시





세상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기억력이 좋은 나는 아주 어릴 적 일도 머릿속에 담아두었다가 잘 풀어내는 편이다. (참고로 현재 5학년3반입니다) 일곱 살 무렵 동네에 장옥이 아저씨가 사셨는데 오래도록 자식이 없어 친한 친구의 자녀를 데려다 친자식 못지않게 잘 키워내신 분이다.
유머도 있으셔서 동네 꼬맹이들은 아저씨가 산에 나무하러 갔다 바지게 가득 갈비에 마른 나뭇가지들을 지고 내려오실 때를 기다린다. 아저씨가 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놓치기 싫어서말이다.

"너거 이빨이 통째 빠지는 거 아나? 그라고 통째 다시 끼우기도 된다이~"

그러고는 손을 쓱쓱 바지에 대충 문지르더니 입을 크게 벌려서는
윗니를 통으로 빼내서 우리 앞에 쓱 보여주는 것이다.

으악! 놀랍기도 징그럽기도 한데 또 신기하기도 해서 "한번 더 보여주이소 잘 못봤으예" 하는 성복이 말에 맞장구를 쳤다.

아저씨는 능청스레 다시 입을 벌리더니 멀쩡하게 가지런하게 있는
윗니를 다시 꺼내서는 우리 앞에 한참 들고 있는 것이다.

"진짜 신기하제? 너거들도 집 가거든 해봐라 될끼다."
엉덩이를 툭툭 털고는 지게 지고 골목길로 사라지셨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옷장 문을 열고 거울이 달린 쪽에 까치발을 하고 서서
입을 크게 크게 벌려 윗니를 잡고 힘을 줘본다. 끄응~ 어 아무리 해도 안 빠지는데... 침이 질질 나온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방문을 열고 큰오빠가 한마디 한다.
"니 거서 머하노? 이 흔들리나? 빼주까?"
열두 살 주제에 아주 어른 나셨네. 흥 아니거든예. 이빨 통째로 빼는 걸 보여
줄 테니 기다려보이소 마.(큰오빠는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이때부터 높임말을 쓰게 한 엄마가 밉다)
그런데 잇몸이 쓸려 따가울 지경인데도 윗니는 꼼짝을 않는다. 혹시 나는 아랫니가 빠지려나? 다시 아랫니를 공략했다. 끄응 ~~
한참을 실랑이 벌이다가 포기해 버렸다.

이제부터 장옥이 아저씨 말은 안 듣기로 했다. 성복이랑 정자가 이빨빼내기 성공했으면 어쩌나 불안하면서도 영 찝찝하다. 잇몸은 쓰리고 얼마나 용을 썼는지 혓바닥도 부은 거 같고 저녁밥상에 앉았다가 금방 일어섰다. 입안이 너무 따가워서 반찬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이사를 가셨는지 그 이후 기억은 없다. 중학생이 돼서야 그 '통째 빠지는 이'가 틀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아저씨가 어린 우리를 놀리려고 한 건지 놀거리가 별로 없는 우리에게 재미를 주려고 한 건지 모르지만 틀니사건은 꽤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음에는 호박벌 이야기를 풀어봐야겠다. 혹시 어린 아 데리고 장난치는 아재들 ~ "아 쫌 놔두이소
아 괴롭히지 말고"

(사진은 우리 외할부지. 본문 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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