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고양이

고래의 꿈

by 도로시


윤슬이 반짝인다. 반딧불이가 바닷속을 수놓은 듯 고래의 꿈결 같은

잔잔하고도 은은한 물결의 일렁임이 더운 공기를 가라앉힌다.


잠을 잊은 몇몇 낚시꾼과 목적 없이 따라나섰을 아내들의 두런거림이 새벽임을 잊게 하는 선창가 풍경이 이제는 익숙하다.


페트병을 잘라 입구를 거꾸로 끼워 넣고는 불에 달군 젓가락을 이용해 양쪽에 구멍을 낸 다음 아버지가 고추밭에 쓰던 나이론줄을 감아 손잡이를 만들었다. 그 속에 어제 먹다 남은 치킨 뼈 한 조각씩을 넣고는

아주 커다랗고 튼튼한 어구라도 장만한 듯 다섯이서 바닷길 나선 보람이 있었다.


선창가 계단으로 마련해 둔 세 번째 줄에 손바닥만 한 꽃게가 출몰! 일동 긴장의 끈을 놓지못한 채


"집에 가서 뜰채 가져온나

"아이다 내가 팔이 기니까 잡으께"

"내가 등을 밟으면 쟈가 꼼짝몬한다카이"


떡 줄 꽃게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김칫국 제대로 마신 다섯이는

결국 휴대폰 플래시 불빛에 의존한 채

가장 다리가 긴 대표선 수로 하여금 꽃게의 소중한 등을 아주 살포시 천천히 밟으라는 밀명을 내린다.


"앗 아 진짜"

꽃게는 유영하듯 미끄러져 깊은 바다를 향해 사라졌다.


한동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역대급 어구를 이용해 선창가에서 최대한 멀리 그리고 깊이 투망을 설치했다.


그리곤 돌아와 에어컨 온도를 열대야 취침에 잘 맞추곤 잠에 든 시각이 1시 30분, 다들 고래 잡는 꿈을 꾸며 누구는 코를 골고 누구는 이를 갈며 깊은 바닷속 꿈나라로 갔다.


오늘 아침 가장 일찍 눈 뜬

대표선수는 장화까지 신고 선창가로 향한다. 아주 성스럽게 건져 올린 투망 속에는

아 있다! 뭔가가 움직인다! 먹다 버린 치킨 뼈가 살아있진 않겠고


두둥

눈먼 새우 두 마리가 들어가 있다.

야호~~

이걸로 됐다.


어젯밤에는 손바닥만 한 꽃게를, 오늘 아침에는 오동통한 새우 두 마리를 보았으니 이거면 충분하다.


고래의 꿈은 아무나 꾸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아주 큰 수확이 있었으니

야옹 까진 아니어도 어디선가 고양이가 울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갈매기 한 마리뿐이다.

아하~그래서 네 이름이 그거였구나!

괭이갈매기

아~~ 그 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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