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달리기를 시작했어
새벽 여섯 시, 세상이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시간. 나는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학교 운동장으로 향한다. 아파트 안에 위치한 초록공원에는 새벽 5시부터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걷기 운동 중이다. 그 곁을 지나쳐 횡단보도를 건너면 00 중학교가 있다.
가지고 간 물병을 스탠드 위에 내려놓고 발목 돌리기를 한 뒤 천천히 달리기를 한다.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 두 바퀴 돌며 발끝이 땅을 박차 오를 때마다 몸속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던 세포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듯하다. 숨은 점점 가빠지지만 이상하게도 더 가볍고 더 상쾌해진다. 달리기를 끝내고 서늘한 바람을 마주할 때면 머릿속이 환해지고 마음까지 투명해지는 것 같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인증사진도 남긴다.
새벽 달리기를 시작한 지 벌써 3주가 되어간다. 사실 처음엔 하루이틀로 그칠 줄 알았다. 게으름이 나를 이길 거라 생각했지만, 달리기를 하고 난 뒤의 특별한 기분이 자꾸 나를 다시 운동장으로 불러냈다. 땀으로 젖은 옷이 주는 불편함보다 땀을 흘리고 난 뒤의 개운함이 훨씬 크다. 나를 붙잡는 건 힘듦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로움이다.
달리기의 효능은 몸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달라지고,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예전에는 오전 시간만 지나도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달리기를 시작한 뒤로는 머리가 맑아져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음도 단단해졌다. 뛰는 동안은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숨과 발걸음, 그리고 내 안의 리듬만 존재한다. 그것이 나를 단련시키고, 나를 다시 세운다.
이제는 ‘달리기’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나의 아침 의식이자 하루를 여는 의례가 되었다. 어쩌다 날씨가 좋지 않아 달리지 못하는 날에는 오히려 허전하다. 마치 중요한 약속을 놓친 듯 마음 한구석이 비어버린다. 그것만 보아도 나는 이미 달리기에 익숙해진 듯하다.
달리기는 이제 아침습관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아도 괜찮고, 기록을 세우지 않아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매일 내 두 발로 운동장을 걸어 나와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멋지게 쓰고 싶지만,
다 필요 없고
사
실
은
계단 오르기도 슬슬 지겹고 맨발 걷기도 따분해지고
쉽게 싫증을 느끼는 ENFP 답게 이번엔 달리기다.
이것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일단 갈 때까지 가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