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논술은 초1부터 결정된다

글쓰기의 시작은 읽기다

by 도로시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 글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쓰기보다 읽기가 먼저라고 강조했지만 고객님들은 늘 '쓰기'라는 결과를 원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 3회 저녁 시간을 내어 대입 논술 지도를 하고 있다. 전공을 살려 1:1로 학생들과 마주하다 보면, 대입논술준비는 단순한 글쓰기 지도가 아니라 고등학교 3년간의 학습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인문계열 논술 전형에서 주어지는 지문은 다채롭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교과가 두루 등장한다. 문학작품의 한 대목을 읽고 사유를 풀어내야 하고, 영어 지문을 직접 해석해야 하며, 도표를 분석하거나 함수 문제를 풀어내는 수학적 사고도 요구된다. 이렇게 다방면의 자료를 소화한 뒤, 학생은 주어진 조건에 맞춰 자신의 관점을 정리해 약 1,000자 분량의 글을 완성해야 한다. 하나의 큰 주제당 네 개의 지문이 주어지고, 그에 따른 질문이 두가지가 이어진다. 시험 시간은 120분. 결국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총 여덟 개의 지문을 읽고, 네 가지 질문에 답하며, 일관성 있는 글쓰기를 8000자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논술 전형의 본래 취지는 명확하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운 교과 지식을 단순 암기가 아닌 이해와 적용의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 더 나아가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학생 개개인의 관점을 검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 분석의 깊이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의 명확성이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써낸 글을 읽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어려움은 ‘주장의 흔들림’이다. 하나의 주제 속에 여러 질문이 나오다 보니, 학생들은 때때로 서로 다른 입장을 번갈아 취한다. 예를 들어, 네 개의 질문 가운데 두 개에는 찬성의 논리를 전개하다가, 나머지 두 개에서는 반대 논리를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논술 문제는 찬반식 토론이 아니다. 일관된 관점과 중심 논지를 설정하고, 그 위에서 세부 질문에 대한 답을 확장하거나 조율해야 한다.

결국 내가 아이들과 가장 먼저 연습한 것은 ‘주장 분명히 하기’였다. 자기 생각의 뿌리를 세우지 못하면 어떤 화려한 문장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 시험이 아니라, 사고를 정리하고 타당성을 증명하는 훈련이다. 학생들에게 주장을 세우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 지금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두 번째로는 주어진 조건에 맞게 쓰는 일이다. '(가)와 (나)의 내용을 ○○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다)를 비판하는 글을 써 보세요'라는 문제를 읽고도 ○○의 입장은 한 줄도 쓰지 않고 (다)의 내용만으로 1000자를 채우는 경우가 있다. 문제를 읽을 때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다 보면
읽고 쓰는 일, 듣고 말하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많이 읽어야 잘 쓰게 되고 제대로 들어야 잘 말하게 된다.

틈나는 대로 교과서 지문을 소리 내어 읽고 신문 칼럼을 스쿨버스이동 시 작은 목소리로 소리 내어 읽게 한다. 물론 책을 많이 읽으면 금상첨화다. 평소 소리 내어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은 글쓰기의 기초가 된다. 소리 내어 읽기는 눈과 귀 뇌의 협응력이 향상되어 지문을 잘못 이해하는 실수도 사라진다.

'글쓰기는 읽기가 먼저다'라는 진리를 아이들도 학부모님들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초1 때부터 하루 10분씩 소리 내어 읽기만 하면 고3이 되어 하루 2시간씩 대입논술 준비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이어령 교수의 글처럼 아이들의 책읽기와 글쓰기는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이' 하는 것이다. 당장은 다 새 나가는 것 같지만 어느새 자라 있다. 내 아이가 글쓰기를 잘하기를 바란다면 학교 다녀온 아이의 교과서를 꺼내 식탁에 앉아 한 페이지라도 같이 소리 내어 읽어보자. 오늘부터. 매일매일 조금씩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이다. '하루 10분 소리 내어 읽기'를 시작해 보자. 이렇게 하다 보면 1년만 지나도 일기 쓰기부터 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 주말이면 도서관에 가자고 졸라댈지 모른다. 좋아하는 책을 찾아서 읽고 스스로 독서감상문을 쓰게 된다. 글쓰기의 시작은 읽기가 먼저다. 읽기부터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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