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 언니에게

곶감 두 개

by 도로시

옥이언니에게

임정아


그때가 아마 열 살 무렵이었던 것 같아

먼지 폴폴 날리는 버스 정류장에

한참을 서서 장목 가는 차를 기다렸지

언니는 그때 꽃무늬가 잔잔히 수 놓인

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어

나는 가끔씩 오래 오지 않는 버스가 궁금해

목을 길게 빼서 길모퉁이를 살폈지


멀미가 날듯 굽이 굽이돌아 도착한 곳에는

쪽진 머리 곱게 빗어 넘긴 호호 할머니가 마중을 나와계셨지

할머니는 처마밑에서 곶감을 똑똑 따와서는

언니 손에 두 개 내 손에 두 개 내려놓으셨어

하얀 분이 난 곶감은 지금처럼 빛 고운 색은 아니었지만 거무죽죽한 생김새와 달리 달달하고

달콤하더라 너무 맛있어서 천천히 삼키고 싶을 만큼


그런데 그거 알아? 달콤하고 달달한 곶감보다

사실은 할머니가 더 부럽더라

언니한테만 있는 외할머니말이야

아랫목을 뜨뜻하게 데워놓고 그 열이 식을까 봐 솜이불을 덮어두고는 찬바람에 얼까

언니의 손을 얼른 이불속으로 넣어주던

그 따사로운 할머니의 웃음말이야


이제는 언니가 그런 외할머니가 됐네

뜨끈한 아랫목에 솜이불을 덮어

손주 녀석 언 손을 녹여주는 그런 외할머니말이야

빛 고운 곶감 두 알도 놓치지 말고

우리는 왜 다 가졌을 때는 몰랐을까

그게 그토록 귀하다는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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