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천천히 갈게
안부
임정아
무심한 듯 한두 달을 살아내다
문득 전화를 걸어도
'응 나야' 하고 잔잔히 웃던 너는
두 시간 수다를 떨다가도
중요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
수화기 너머로 '오야' 하고 다정함이 일렁였어
우리 뛰놀던 운동장
쉬는 시간 시끄럽게 재잘대던 우리를 따라
같이 삐걱대던 나무 복도도 그대로겠지
줄 서서 통학선을 타러 가는 나를 향해
힘껏 흔들어주던 너의 환한 손바닥
싱그럽게 말려 올라간 입꼬리를 기억해
그때 느티나무가 말이야
유난히 푸르고 예뻤어
오월의 햇살이 반짝이던 그때말이야
우리가 오십을 갓 넘어 이렇게 이별하리란 걸
그때는 몰랐으니까
그래서 다행이었는지도 몰라
오늘은 내가 먼저 끊을게
조금 천천히 너에게 갈게
중요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