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미학

같이 걸을까 그럴까

by 도로시

내 나이 쉰을 넘긴 지 오래, 나름 젊게 살아가고 있지만 나이는 못 속인다고 여기저기 아프다. 조금만 운동한다고 몸을 움직이면 무릎 손목 어깨허리 후유증이 남는다.

재활 PT라고 들어보았는가? 어제는 길 가다 눈에 띈 헬스장 광고지를 보고선 대뜸 전화를 걸었다. 개인 PT비용을 문의하자 전화로는 자세한 상담이 어렵다길래 내일 저녁에 직접 가보기로 하고 전화상담을 마쳤다.



아... 오늘 꼭 운동이 필요한데 어떡하지?

♡♡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씨, 퇴근이야?"

"네 이제 막 끝났어요."

"어머, 내가 딱 맞춰 전화했네. 우리 걸을까?"

"네 좋아요. 지금 나갈게요."


자취하는 ♡♡이를 위해, 오늘 끓인 미역국에 깻잎장아찌 그리고 바나나를 챙겨 나갔다.

"아직 저녁식사 전이라니 잘됐다. 운동 마치고 먹어."


늘 걷던 방향으로 둘이 나란히 움직인다. 먼저 도서관까지 쭉 걸어가다 보면 느티나무가 줄을 선 길이 보이는데 지금 딱 연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선 느티나무가 가지마다 여린 싹을 틔워 매달고 섰다. "지금이 가장 예쁠 때다 "

나도 모르게 말하고선 옆에 선 ♡♡에게 얼른 한 마디 덧붙인다. "너도 그래. 지금 가장 예뻐"


그렇게 덕담도 건네며 걷다 보니 버스 정류장 5개를 지나 남의 동네까지 와버렸다. 이른 저녁이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운동복차림으로 길에 나선다. '이렇게 사람에 치이는 건 옳지 않아' 마음으로 떠올리는데 "언니, 우리 방향을 바꿔봐요"


역시 우리 ♡♡이는 20댄데 언니마음도 헤아려주고 고맙구나. 그러고 보니 어머니 나이가 어떻게 되신다고? 딱 50이요.


나이 이야기는 늘 내가 지는 게임이라서 얼른 화제를 돌린다. 계획대로라면 큰 호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지만 ' 여기서 돌아가자'는 ♡♡이의 의견에 재빨리 수긍했다.


한쪽 손을 들어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걸음수를 확인해 본다. 12000 보라니! 이 얼마만의 호사던가!!!

저녁 5시면 가족을 위해 따끈한 된장찌개와 가마솥밥을 안치던 나는 이제 쿠션이 들어간 두툼한 등산양말을 찾아 신고 편한 운동화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


"아무 운동도 못할 지경이면 일단 걸으세요"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경계에 있다며 억지로 고지혈 약까지 처방해 주신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기로 한다.


내일은 PT도 받아보고 말이다. 내일도 전화를 해야지.

"♡♡씨 퇴근이야?"

이렇게 말이다. 같이 걸어주는 동행이 있어 감사한 날이다.


(♡♡씨와 나는 어느 회사 면접과정에서 얼굴을 보고 3주 같이 일했던 사이다. 20대인 그녀와 50대인 내가 친해질 수 있었던 건 극 E인 나의 친화력이 발휘된 까닭이다. 이모라고 부르지 않고 언니라 불러주니 내 마음에 봄꽃이 핀다.)

매거진의 이전글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