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있다

은신처 인연

by 도로시


1. 누구에게나 은신처가 있다

몸이 찌뿌둥하거나

마음에 체기가 올라올 때

조용히 들러

앉아있다만 와도


가뿐해지고

가벼워지고

오래 묵은 고민들이

풀려나가는

그런 곳


제법 먼 곳에서

밥을 먹게 되더라도


기꺼이 한참을 걸어서라도

발길이 닿는 그런 곳


어느 여름날

시원한 주스 한잔을 아이에게 건네주고

아이 때문에 화가 난 엄마에게는

기다려주라는 조언을 건네주던

그런 주인장이 있는 곳


오늘 그곳에서

또 일주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돌아왔다


2. 누구에게나 그런 인연이 있다

일상에 치여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질 때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챙기고 싶을 때

그저 마주 보고 앉아서 함께

수저를 드는 사람

밑반찬이 부족할 때

아무렇지 않게 먼저 일어서서

빈접시를 채워주는 사람

따스한 국물을 내 앞에 놓아주는 사람


오늘은 할매 국수 한 그릇으로

토닥토닥 쓰담쓰담

위로를 건네받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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