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 인연
1. 누구에게나 은신처가 있다
몸이 찌뿌둥하거나
마음에 체기가 올라올 때
조용히 들러
앉아있다만 와도
가뿐해지고
가벼워지고
오래 묵은 고민들이
풀려나가는
그런 곳
제법 먼 곳에서
밥을 먹게 되더라도
기꺼이 한참을 걸어서라도
발길이 닿는 그런 곳
어느 여름날
시원한 주스 한잔을 아이에게 건네주고
아이 때문에 화가 난 엄마에게는
기다려주라는 조언을 건네주던
그런 주인장이 있는 곳
오늘 그곳에서
또 일주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돌아왔다
2. 누구에게나 그런 인연이 있다
일상에 치여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질 때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챙기고 싶을 때
그저 마주 보고 앉아서 함께
수저를 드는 사람
밑반찬이 부족할 때
아무렇지 않게 먼저 일어서서
빈접시를 채워주는 사람
따스한 국물을 내 앞에 놓아주는 사람
오늘은 할매 국수 한 그릇으로
토닥토닥 쓰담쓰담
위로를 건네받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