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아버지 꽃길만 걸으세요
임정아
요즘들어 자주 전화를 주시는 아버지
내가 살짝 잠이 든 시각에
꼭 전화를 받게 된다.
초저녁에 주무시면 꼭 밤에 깨서
잠이 안온다며
새벽 4시 일어나는 나는
보통 10시쯤 잠이 드는데
어김없이 진동소리에
전화를 받았다.
집에 좋은 일이 있어
자다가도 기분이 좋아 깼다며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내신다.
밤 10시 30분
자다 깼지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안녕히 주무세요"
자다가도 시간 신경 안 쓰고
전화를 걸 수 있는 딸이 있고
자다가도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아버지가 계셔 얼마나 좋은가?
오늘 밤 아버지의 꿈길은 온통 꽃길일 테지
나도 아버지 손잡고 꽃길 걸어 고현시장도 가고
짜장면도 사먹고 병우유도 사달래야지
걷다가 지치면 집으로 가자고
아버지 손을 가만가만 흔들어야지
아버지가 멸치를 팔아 사입힌
남색에 노란땡땡이 원피스를 입고
뱅그르르 돌아도 보고
젊은 아버지의 등에 업혀도 보고
수염이 자란 거뭇거뭇한 턱에 입맞춤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