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라는 무게

큰오빠와 함께한 일요일

by 도로시



제목: 맏이라는 무게


어려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큰오빠는 아버지대신이다."

멸치배 선두였던 아버지는 금어기 외에는 바다에 나가 사셨고 젊은 어머니는 밭농사에 논농사에 늘 바쁘셨다. 게다가 소가 6마리여서 혹시 틈이 나면 장화에 낫 들고 소꼴을 베러 다니셨으니 집에는 오빠들과 나, 그리고 어린 여동생만 있기 일쑤였다.


오빠는 친절해서 자주 학교 공부를 봐주었다. 시계 보는 법, 기역니은을 , 더하기, 빼기를 오빠에게 배웠고 구구단도 제대로 외우기까지 오빠가 필요했다. 다른 친구들은 언니랑 살구 받기도 하고 옷도 물려 입는다는데 나는 공부선생님을 모셔야 했기에 때로 심술이 나서 댓돌 위에 벗어놓은 오빠의 신발을 살짝 밟기도 많이 했다.


결혼을 하고 첫 아이가 태어나니 그때까지도 미혼이었던 오빠는 분유에 기저귀에 열심히 외삼촌노릇을 하고 BCG접종도 따라갔다. 아이들이 자라나자 용돈은 기본이고 얼리어답터처럼 최신 전자기기를 선물로 사주곤 한다.


게다가 업무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내가 10년 새 서서히 20kg이 늘자 야채수를 보내주며 살을 좀 빼라고 건강 챙기라고 야단이다. 정작 본인이 2012년부터 암환자임에도 동생들에 조카까지 챙기는 마음은 누구도 못 따라가겠다.


덕분인지 아이들도 밝고 예의 바르게 잘 자라주고 나도 다이어트에 집중해서 조금씩 살이 빠지고 있다. 어제는 통영 삼창이 길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꿀빵에 오리탕까지 사서 늦게 합류한 남편과 딸아이 둘을 또 챙겨준다. 우리는 당연한 듯 '감사합니다 ' 한 마디로 통영의 바다빛과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든든한 오리탕, 달콤한 꿀빵까지 눈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실컷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여태껏 그렇게 받기만 했고 또 오빠는 여유가 있으니, 아들 하나 있는데 독일유학 보냈으니 이제 우리 딸 셋 좀 챙기는 거 당연하지 싶었다.

'내리사랑이라잖아. 그 정도야 누구든 맏이면 해야지'


하지만 사실 다 안다. 언니인 내가 동생에게 애틋하듯이 큰오빠는 맏이여서 세 동생에게 진심이란 걸.

지금은 오빠여서 경제적인 거 살펴주는데

큰언니였으면 더 섬세하게 김치며 된장 고추장까지 다 챙겼을 같은 다정함이 오빠에게 있다는 걸 말이다.


거동이 불편한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내리는 일도 오빠는 익숙하게 잘 해낸다. 자전거가 신나게 달리는 포장도로에 엄마 휠체어를 힘껏 밀어보았다.

"엄마, 준비됐어?."

오늘만큼은 큰오빠도 조카들과 자전거 실컷 즐기라고 휠체어는 내가 담당했다.


우리 곁을 지나 신나게 달리는 오빠의 자전거가 두둥실 구름 위를 나는 듯 가벼워 보인다. 오늘만큼은 맏이의 무게를 좀 덜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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