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아버지의 밭농사

by 도로시

부작 1515 글쓰기 11일 차

2025 5 8 목


자식농사


"니 내 되봐라"

마을 사람들끼리 작은 송사에 휘말릴 때 아버지가 자주 쓰시던 말씀이다. 우리가 이해하려면 그 ㅌ뜻은 '역지사지' 정도로 해석이 되겠다.


큰오빠가 아들을 낳자 아버지는 천하를 얻은 듯 기뻐하셨다. 아이 셋 키우느라 전전긍긍하던 딸에게도 안 내어주시던 비상금을 떡하니 며느님에게 자동차선물로 하사하시더니 제일 양지바르고 넓은 목화밭(오래전 목화를 심었던 곳)도 내어주신다는 말이 들렸다.


경운기를 자주 타고 밭농사를 돌보던 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경운기에 끼어 사고가 났던 날 그 귀하게 여기던 며느님은 끝내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고 아버지는 섭섭한 마음을 오빠에게 대신 토로하게 된다.

"니 ♡♡이 낳고 좋더나? 나도 니 낳고 그래 좋더라."

긴 말 안 하는 B형 남자인 아버지는 그 날이후 자식농사 잘못 지었다며 그 일을 오래 마음에 담아두셨다.


지난 연휴에 오빠가 2인용 자전거도 태워드리고 오리탕에 꿀빵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의 오랜 앙금이 풀어진듯했다.


2박 3일 친정에서 보낸 연휴가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파란 대문 앞에 서성일 때 큰 딸인 내가 눈치껏 말을 꺼냈다.

"아버지 봐바요. 우리 동네 다~둘러봐도 자식들이 연휴 끝까지 있는 집은 우리 집뿐이네. 잘 살고 못 살고 다 떠나서 그래도 이렇게 얼굴 자주 보여드리는 건 우리가 최고지?"


아버지는 당최 대답이 없으시다. 내 생각에 울 아버지 자식농사는 그만하면 평작이요 손주들 농사로 치면 풍년인데 말이다.


오늘이 어버이날이니 전화로 안부를 여쭙고 다음 여름휴가는 막내가 사는 강원도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아버지, 자식농사 잘 지었다니깐요"

전화말미에 또 넌지시 하고 싶었던 말을 던졌다.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같지만 조금씩 풀어지는 마음을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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