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와 조카
제목: 주문을 걸어요
어버이주간이다. 미리 사 둔 카네이션 바구니를 챙겨둔다. 3시쯤 삼척에 사는 동생네가 온다. 우리 가족 중 2명이 아르바이트 때문에 함께 출발할 수 없어 제부가 나와 막내를 태워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부모님 계신 거제도 칠천도이다.
점심도 잊은 채 운전 중이라는 말에 빗길에 천천히 오라고 해뒀지만 마음은 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다. 김밥 4줄을 주문해 놓고 친정에 가져갈 물건을 더 챙겨둔다.
막내는 유난히 이모를 따른다. 태어나자마자 같이 살았고 이모가 결혼하기 전 5살 무렵까지 주 양육자였기에 (엄마인 나는 경제활동 하느라 막내를 챙기지 못했다) 말투나 행동도 둘이 많이 닮아있고 마음까지 잘 통한다.
"이모 이모~~~"
"지인아~~"
1년 만의 만남에 유난이다. 둘 다 목소리가 작은 편이라 다행이지 온 동네가 시끄러울 뻔.
그래 잘났다. 흥치뿡. 너희만 이모 조카 사이냐. 나도 조카 있고 이모거든.
"지환아~~"
"이모 이모~~"
요란한 만남과 동시에 칠천도 장안교회를 검색해 놓고 출발한다. 밀린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둘이 나란히 앉아가겠다며 나더러 앞자리로 가란다. 화분 안고 앞에 탔다. 실용음악학원 이야기며 친구이야기 쉴 새 없이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나는 앞자리에서 뒤로 손을 뻗어 통통한 열두 살 지환이의 손을 잡고 안 놓아준다.
"오동통 너구리, 지환이 손가락. 이모가 꼭 잡고 갈게."
어려서부터 고모가 없던 나는 (아버지는 4형제 셔서 고모가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이모가 좋아 어릴 때는 애교도 부리고 심부름도 알아서 척척 해내며 사랑을 표현했지만 돌아오는 정은 없었다.
불행히도 나의 이모들은 잔소리꾼이고 감성 풍부한 아버지와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이성적인 분들이라 이야기 나눌 접점이 없어 마음의 거리가 아직도 좁혀지지 않는다.
나의 딸들은 다행히도 사랑 넘치고 배려심까지 갖춘 정 많은 이모에게 엄마보다 더한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 나 또한 하나뿐인 조카 지환이를 '1순위'라 부를 만큼 아끼고 사랑한다. "이모이모"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주문을 건다.
"지환아, 이모 한번 불러줘 봐"
"이모~~~"
"아니 아니, 이모 이모 이렇게"
"이모 이모"
"이모 이모 " 소리에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괜찮다 괜찮다'
쓰담쓰담 토닥토닥 마음이 말랑말랑 괜찮아진다. 피곤할 때도 그 어떤 고급 안마의자 마사지 기능보다 효과 좋은 것이 "이모 이모" 주문이다.
거제 시내에 내려 생일인 막내의 케이크, 아버지 즐기시는 회, 족발을 사고 엄마아빠 커플 베개까지 챙겨 칠천도로 들어간다. 25분여 더 운전해서 가야만 칠 천연육교가 나온다.
"이모 이모"
"응. 우리 여기서 갈매기 나는 사진 같이 찍었지"
"맞아. 나도 그 얘기하려고 했어."
뭐야 또 둘이 말 안 해도 통했다 이거지?
"지환아~~"
"이모 이모 우리 맹종죽테마파크 가서 대나무그네 사진 찍었지?."
" 맞아. 이모도 그 얘기하려고 했어."
우리도 이렇게 잘 통한다고.
우리는 앞으로도 50년 더 행복한 주문을 욀 것이다.
"이모 이모"
우리 가족을 지키는 주문. 사랑을 부르는 말. 듣기만 해도 힘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