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에 관하여

엄마생각

by 도로시

아침에 눈을 뜨면 댓돌 위 신발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 새벽이슬을 밟고 논으로 밭으로 한바퀴 돌고서야 집에 와 아침을 차리고 아이들을 깨우는 엄마의 루틴에 항상 불안해했다.


뱃일 나간 아버지대신 농사일에 소키우기에 낮잠한번 스스로 허락하지 않은 엄마였기에

마루를 닦으며

"머리깎고 절에나 가지."라는 넋두리가 진심같아서

어린 나는 눈뜨면 엄마의 신발을 살피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 시절 시골아낙들이야 다들 똑같은 사정이겠지 하지만 덕만네 할매는(촌수로 할머니뻘이나 실제 나이는 엄마와 비슷하고 엄마와 친했다)

손톱에 빨간 매니큐어도 바르고

여름이면 팽나무 그늘에 앉아 고구마줄기를 벗기며 쉬어가곤했다. 반짝이는 금목걸이에 금팔찌 금반지는 땀을 닦을때마다 더 빛나고 때마다 시내 나가 제때에 볶아오는 빠마머리는 꼬불꼬불하지않고 구불구불했다.


학교 학부모 모임이 있던 날, 엄마의 장화도 하루 쉬는 날이라 댓돌위에 얌전히 놓인 감색구두옆에 장화가 빗겨나 놓여있었다. 손톱을 정리한다고 뜨신 물을 받아놓고 한참 불리는 엄마를 보며 할 수 있으면 시내나가 복숭아빛 매니큐어라도 사다주고 싶었다.


엄마의 손톱은 두껍고 갈라지고 세로줄이 여러개 생겨 볼품없고 초라했다. 콜드크림을 밤에 잔뜩 바르고 잤는데도 , 뜨신 물에 오래 불린 공도 없이 똑같이 꺼무죽죽한 것이 나라도 등뒤로 감추고 싶은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동생이 시집가던 날 고운 한복을 입은 엄마는 예뻤다. 꼬불꼬불 파마대신 고대기로 구불구불 편 머리카락도 펴고 귀걸이도 진주알 크게 박힌 걸로 잘 골라 한복 색과 어울렸다.

폐백을 하는데 대추를 한웅큼 던져주는 엄마의 손가락이 눈에 띄었다. 어느새 손질을 받았는지 맨들맨들 곱다. 손톱도 투명 매니큐어를 발라 반짝인다.


'주인을 잘만나야 손도 고생을 안할낀데."


기분전환으로 네일서비스를 받고 온 날 엄마의 손톱이 떠올랐다. 갈라지고 색이 변한 손톱대신 밤마다 핸드크림에 오일까지 발라 곱기만한 손에 깔끔하게 정리된 손톱. 요양보호사 분이 관리해주는 고운 손톱이 되었다.


남은 여생 쉬엄쉬엄 관리받고 계절마다 새 옷 입으시고 편하게 살다 가시면 좋겠다. 주말에는 모시고 와서 내가 다니는 네일샵에 가 제일 예쁜 색으로 관리해드려야겠다. 주인 잘 만난 손이 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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