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한 둘만의 여행이 내게 준 의미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니 '엄마 일기'라 칭해도 되겠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난 그냥 육아일기를 적고 싶다.
너를 낳고 키우며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매일이 차곡차곡 모인 우리의 역사니까.
처음 떠난 아이와 둘만의 여행은 나에게 더 넓은 사고와 목표를 안겨줬다.
물론 자신감도 충전했다.
이전의 나는 새로운 도전에 늘 소극적이었다.
아이의 출산 전후로 나는 새로운 나의 '할 수 있음'의 영역을 알게 되었고, 첫 책의 출간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적극성을 마주했다.
나 같은 겁쟁이가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강연을 하게 됐으니 그것만으로 나의 변화는 충분히 설명이 될 것 같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 아쉬운 점은,
일단 도전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생생한 경험들로 절실히 깨달았지만.
또 누군가 나에게 새로운 시도를 제안하면 한 발짝 뒷걸음치고 "제가 어떻게 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경험을 통해 이해는 하지만 천성을 바꾸지는 못했던 거겠지.
하지만 아이가 찍어 준 이 사진을 보고서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함을.
누구보다 자신 있게 나아가야 함을 결심하게 된다.
"엄마 여기 좀 봐 봐~"
라는 말에 돌아보니 깜찍하게 엄마에게 시선을 고정해 주고 있었던 아이.
늘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며 함께 걸어온 지도 벌써 만 14년인데 이제는 아이가 나의 뒷모습을 보고 따라 걷는다.
아이와 같은 곳에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일.
같은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가 가진 생각을 나누는 일.
내가 늘 인식해왔던 일들과 더불어 이제는 아이를 관찰만 하던 내가 아이의 미래를 그려줄 수 있는 위치에 왔다는 걸 새삼 깨달았던 시간.
나의 행동과 나의 사고, 도전 정신에 대해 가슴 깊이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올바른 이정표를 마련해 주고 있는가?'
'아이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때 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던가?'
'내가 아이와 대화하는 태도가 예의 바르고 긍정적인 언어를 잘 사용하고 있는가?'
흔히 엄마가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를 역으로 나에게 해보자.
나는 그런 말투, 그런 행동들을 올바르게 잘 하고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셀카에 진심인 중학생 딸이 "엄마같이 사진 찍어~"라고 하는 말도 나는 아직까지 참 달콤하다.
훌쩍 자란 내 아이.
아이에서 소녀로 자란 모습에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에서 숙녀가 될 모습을 상상해 본다.
덥다고 종종걸음에 카페로 향하는 엄마 뒷모습이 재밌는지 몇 컷 찍어주고는 아이가 나에게 달려온다.
그러고는 둘이서 느긋하게 카페 분위기에 취해 맛난 디저트와 함께한 따뜻한 차 한 잔.
넘치도록 좋았던 그날.
많은 걸 배우고 또 결심했던 날.
44살과 15살의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