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실은.

나를 지워줘.

by 김희진

자랑스럽게 투고한 성경 동화 원고가 거절당했다. 음식 냄새와 화장실 지린내가 더럽다. 내가 역겹다.


오전 9시에는 전화가 온다. 아들 살아있는 것 확인한다며 어머니께서 전화하신다. 뜬금없이 그림책을 해보자고 하신다. 전화를 받고 있는데 빛이 비치는 터널의 끝이 보인다. 어쩌면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든다. 그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은 실은 마지막 희망을 거는 것이다. 비룡소 공모전에 도전해 보자는 말씀이 체한 것처럼 꽉 막히긴 하지만.


거의 두 달을 그렸다. 이렇게까지 집중해서 그려보긴 처음이다. 세상 모든 것이 그림으로 보인다. 잠시 쉬려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 새로운 캐릭터가 보이고 눈을 감으면 새로운 색감이 보인다.


마감 날짜에 겨우 맞춰 비룡소 그림책 공모전에 원고 투고했다.



2018년 12월 7일 5시.

공모전 당선에 내 이름이 없어서 나를 지우고 싶다. 좁고 더러운 방에 작고 초라한 몸뚱이가 새우잠을 자며 나를 미워한다. 내가 누구인지 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책상 위 빨간 볼펜을 집어 들어 손목에 선을 그어보고 배에도 그려본다. 할 수 없다는 게 금방 느껴진다. 뺨을 한 대 때려본다. 또 때려본다. 조금 세게 때리고 더 세게 때리고 마구마구 때린다. 멈출 수가 없다. 며칠 내내 때리고 또 때린다. 내가 밉고, 싫어서 때리는데 왜 눈물이 나지?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