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식 냄새와 화장실 지린내가 뒤섞인 방에서.

자신감이 자라다.

by 김희진

2018년 7월 9일 밤.

구미 원룸에 이삿짐을 풀고 누워서 바라본 첫 달이 보름달이다. 눈동자에 맺힌 둥근 달은 반달이 되었다가 깃털 같은 달이 되었다가 다시 둥근 달이 되어 뺨으로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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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원룸 천장에는 환기구라는 구멍이 뚫려있다. 환기구는 각 호실에 모두 연결이 되어있어서 방음이 되지 않는다. 밤이 되면 옆집 아저씨는 2시간씩 전화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둔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파고든다. 눈에 힘이 들어가고 이마가 찌그러진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래층 노부부는 티브이 소리를 최대한 틀어놓고 잔다. 밤새 티브이 소리가 들려서 귀에 휴지를 쑤셔 넣고 귀마개를 한다. 고음은 차단되지만 분명하지 않은 저음은 머리를 파고든다. 환풍기가 없는 화장실은 덥고 습하다. 작은 창문을 열어 놓을 수밖에 없다. 볼일을 보고 있는데 옆 건물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밤마다 화장실 소리가 나서 너무 힘들어.

그러게….

1미터 간격으로 붙어있는 옆 빌라에 사는 젊은 부부 목소리가 화장실에서 또렷하게 들린다. 조심스럽게 창문을 닫는다.

다음 날 그 집에서 바깥으로 크게 외친다.

아저씨, 요리할 때 창문 닫고 하세요!

창문 닫힌 방에는 음식 냄새와 화장실 지린내가 뒤섞인다.


구미 원룸으로 온 이유는 2009년 4월 『알록달록 성경동화(전 5권)』을 출간한 뒤 10년 동안 그린 성경 동화가 계약되지 못해서다. 10년의 세월과 자신감과 돈을 잃고 나를 그만 포기하려고 왔다. 하지만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해서 꼭 계약하고 싶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희망하고 포기하는 모순된 마음이 교차하는 하루하루 종일토록 새롭게 그려 본다. 허리가 아파서 서서 그린다. 무릎이 콕콕 쑤시고 발목이 퉁퉁 붓는다. 잠시 누우면 온갖 형태와 색감을 가진 그림들이 둥둥 떠다닌다. 새로운 캐릭터와 색감을 만들어 냈다. 드디어 완성했다. 마음 구석에 자신감이 자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