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파상
Et ce soir-là,
c’est le clair de lune qui fut ton amant vrai.»
그날 저녁, 언니가 진짜 사랑했던 것은 바로 달빛이야.
기 드 모파상, 달빛 (Clair de lune, 1882)
5주 전쯤 스위스로 여행을 떠난 앙리에트 레토레 부인은 동생 쥘리 루베르를 만난다. 갑자기 일이 생긴 남편이 칼바도스의 소유지로 먼저 돌아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스물네 살인 언니의 관자놀이에 흰머리가 굵게 나 있다. 언니는 창백한 얼굴로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한다.
사려 깊고 이성적인 남편은 친절하고 상냥하고 나무랄 데가 없지. 호수 위 달빛이 비치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며 내가 키스해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남편은 경치가 마음에 든다는 게 키스할 이유는 아니라며 내 안의 시적인 감흥을 발산하지 못하게 틀어막았어. 어느 날 저녁 혼자 호숫가를 산책하러 갔을 때였어. 동그란 달이 하늘 가운데 떠 있었고 눈 덮인 산들은 은빛 모자를 쓴 것 같았으며 온통 물결무늬를 이룬 수면이 살짝살짝 흔들리며 반짝거리고 있을 때였어. 달콤한 말과 입맞춤도, 격정적인 남자의 품에 뜨겁게 안겨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울음이 나왔어. 미친 듯이 울기 시작했지. 그때 호숫가를 산책하던 변호사를 만났어. 그는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었고 뮈세의 시를 읊었어. 나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사로잡혀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 그리고 그가 명함을 주었단다. 나한테 애인이 생겼어!
레토레 부인은 실신할 듯한 신음을 내며 울부짖었다.
그러자 신중하게 생각하던 동생이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있잖아, 언니. 우리는 흔히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지. 그날 저녁 언니가 진짜 사랑했던 것은 바로 달빛이야.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신의 감정을 사랑하는 것일 수 있다. 냉정하고 낭만적인 시선이다. 누군가와 만날 때 내가 좋아지는 사람이 좋지, 내가 싫어지는 사람과 만나고 싶지 않다.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는 이유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존중하지 않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이 싫어졌을 것이다. 앙리에트 레토레가 바라본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로맨틱한 변호사와 만날 때는 분명 자신이 좋아졌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인정해 주는, 어쩌면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하는 낭만주의자다. 게다가 유능한 변호사다. 앙리에트 레토레에게 딱 맞는 사랑이 나타난 것이 아닐까? 남편은 이성적이어서 갑갑하지만 상냥하고 재력도 있으며 나무랄 데가 없다. 그렇다면 둘을 모두 가질 수 없을까? 이성적인 사람과 낭만적인 사람을 번갈아 가며 만족할 수 있을 텐데. 어느 공허한 날, 낭만 또는 상냥함과 거리가 먼 고독한 사람을 만나면? 방탕한 나쁜 남자의 매력에 빠지면? 진취적인 모험가를 만나면?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건 지독한 예술가를 만나면?
인간은 도덕적으로만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사회적 규범은 내적 동요를 통해 얼마든지 깨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순간적인 감정에 생을 거는 것 또한 어리석다. 요즘 흔히 말하는 도파민 중독이랄까? 순간적인 분위기만 쫓아다니면 주체적인 나는 사라지고 만다. 내가 레토레 부인이라면 동생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새롭고 다른 시각에 놀라며 나를 돌아볼까? 아니면 '치, 제까짓 게 뭘 알아?'라고 빈정거릴까? 나는 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나는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한가?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너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로 나는 받아들인다. 완성형의 인간은 없다. 변화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나를 보는 것은 시력이지만 나를 관찰하는 것은 실력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움받기를 거부하지 말자. 완벽한 인간은 없다. 조력자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