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기 드 모파상

by 김희진

ll n’ épousera pas Suzanne, jamais!

ll n épousera personne, Je serais trop malheureuse...»


그는 쉬잔과 결혼하지 못해, 절대로! 그는 누구 하고도 결혼하지 못해.

그렇게 되면 내가 너무 불행할 테니까…….

기 드 모파상, 고해성사 (La Confession, 1883)


마르그리트 드 테렐의 임종이 임박했다. 쉰여섯 살이며 쉬잔의 동생이다. 언니 쉬잔은 약혼한 앙리 드 상피에르가 죽은 뒤 홀로 지냈다. 동생 또한 언니가 평생 우는 게 싫다며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냈다. 심지어 상복을 벗지 않고 살았다. 그녀는 예뻤고 수많은 청년이 청혼했다. 하지만 거절하고 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언니는 언제나 ‘내 꼬마’라고 불렀고 동생은 ‘우리 언니’라고 답했다. 그녀는 지금 임종을 맞았다. 그리고 고백했다.

난 열두 살이었어. 응석받이 열두 살이었어. 그때 난 사랑에 빠졌어. 앙리 드 상피에르에게. 나는 질투가 났어. 질투가! 달빛 아래에서 키스하고 있었어. 앙리 드 상피에르가 언니에게. 누구 하고도 결혼 못하게 하고 싶었어. 그렇게 되면 내가 너무 불행할 테니까.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작은 약병을 빻아서 유릿가루로 만들었지. 그리고 언니가 만든 케이크 안에 넣었어. 그가 세 개를 먹었고 내가 한 개를 먹었어. 나머지 여섯 개는 연못에 던졌는데 백조가 모두 죽었어. 앙리 드 상피에르도 죽었고 나만 죽지 않았어. 지금 나는 두려워. 이제 내가 죽으면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 텐데. 그를 다시 본다니 상상할 수 있겠어? 언니가 나를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줘. 아! 신부님, 언니에게 저를 용서하라고 말씀해 주세요, 말씀해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전 죽을 수가 없어요.

갑자기 신부가 몸을 일으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힘주어 소리쳤다.

쉬잔 양, 동생 분이 임종하십니다!

쉬잔은 눈물로 흥건한 얼굴로 힘껏 입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용서할게. 용서해, 꼬마야.


쉬잔은 약혼자의 죽음과 백조의 죽음을 보고 동생이 한 짓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며 동생은 상복조차 벗지 않고 언니를 위로하는 중세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볼 때 마녀가 되는 억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마녀로 몰아세우는 대신 동생이 모든 걸 짊어지고 아파하니까. 20세기를 지나서 21세기인 2026년이라고 다르지 않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시선을 돌려 2차 가해를 한다. 마녀사냥이라는 틀에서 쉬잔은 현명한 사람이다.


동생이 한 짓을 몰랐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내가 만약 쉬잔이었어도 용서한다고 말할 것 같다. 임종이지 않은가? 또한 신부가 떨리는 목소리로 힘주어 소리치며 용서를 강요하지 않는가?

동생은 앙리 드 상피에르를 죽임으로, 자신이 결혼하지 않음으로 언니를 소유했다. 고백하며 진실을 말하지만, 반성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철저하게 이기적이다. 이제야 모든 것을 알게 된 언니는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소유하는 사랑은 늘 어렵고 위험하다. 남녀의 사랑뿐 아니라 지역, 인종, 민족, 나라도 마찬가지다. 지역 이기주의, 인종 우월주의, 극우 배타적 이익주의, 제국주의는 소유하기 위해 목숨도 앗아간다. 모래 놀이하는 어린이가 한참 즐겁게 놀다가 떠날 때 모두 부숴버리는 것처럼 동물과 자연, 무생물과 우주도 파괴한다. 심지어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타인에게 동시에 사랑받으면 분노한다.


천국이 없다고 상상하면 지옥도 없고 국가가 없다고 상상하면 죽이거나 죽을 이유도 없다. 소유물이 없는 삶, 욕심이나 굶주림이 없는 인류애가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존 레넌의 Imagine 가사를 나는 좋아한다.


순진함과 순수함의 차이가 있다. 순진함은 때 묻지 않고 미숙하며 어리석은 마음이다. 순수함은 한껏 묻은 때를 힘들게 걷어낸 성숙하고 지혜로운 마음이다. 사랑을 사랑하는 것과 욕망을 사랑하는 것 차이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 봐’라는 트로트 가사가 생각난다. 나비가 가득한 정원을 꿈꾼다면 나비를 가둘 것이 아니라 꽃을 심고 가꿔야 할 것이다. 내 마음에 향기로운 꽃을 심자.





이전 01화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