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이제까지 늘 가난했고 앞으로도 가난하겠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이 삶을 세상 어느 왕의 인생 하고도 바꾸지 않을 겁니다.'
스페인에 관한 책을 쓴 작가에게 의사가 찾아와서 말한다. 돈은 많이 버는데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며 스페인에 가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스페인이 어떤 곳인지 몰라서 조언을 얻고자 왔다고 한다. 작가는 돈 욕심이 없다면, 그저 먹고사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가라고 한다.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십오 년 뒤쯤 작가가 그 의사를 만났을 때 그는 돈은 없지만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부와 명예를 좇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기는 시대가 있었다. 그런 것들이 공허한 내면을 채워주지 못하자 ‘힐링’이란 말이 나왔다. 욜로(한 번뿐인 인생, You Only Live Once),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 Work and life balance), 포미족(for me, 나를 위한 소비 즉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 For health(건강), One(싱글), Recreation(여가), More convenient(편의), Expensive(고가)) 등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모두 소비와 관련된 언어들이다. 소비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공허한 내면이 채워질까?
‘나는 누구인가? 사람은 왜 사는가? 누구를 위해서 사는가?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하는 질문들이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통해 이름, 직업, 성취를 넘어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내면을 돌아보게 된다.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내면의 불안을 피해 달아나지 않는다. 마주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내 인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바라보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지게 된다. 이러한 성숙이 행복을 만든다.
사람은 왜 사는가를 통해 무엇이 의미 있는 삶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보편적인 답이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다.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온 것이 아님을 깨닫고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한다. 따라서 나만을 위한 삶에서 머무르지 않고 타인과 사회를 배려한다. 서로 존중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행복을 만든다.
누구를 위해서 사는가를 통해 삶의 주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 자기 삶의 균형을 찾는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깨닫는다. 삶은 나만을 위한 것도, 타인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를 통해 삶의 근원과 목적, 질서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깨닫게 된다. 내 힘과 내 뜻대로 삶을 이루어 냈다는 교만에서 벗어나게 한다. 인간의 한계를 바라보고 겸손과 감사하는 삶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 신 앞에서 거룩해야 하므로 도덕적 가치를 지향한다. 책임 의식을 통해 성숙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소비가 진실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소비가 아닌 질문의 힘으로 행복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