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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전 Nov 16. 2021

아이들과 동물원가다

때는 내가 3학년 담임을 하고 있을때의 일이다. 가을이 되어 현장 체험학습으로 서울 동물원에 가게 되었다. 내가 있는 파주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였으나 버스를 대절하여 가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교사 초기라서 그런지 가는 내가 더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의 임무는 아이들 관리였기에 한시도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즈음 뉴스에서 수학여행에서 아이를 화장실에 두고 온 것에 대해 ‘아동학대다’라고 하는 그런 사건이 터지기도 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민감해 있었기에 사실 교사들은 밖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를 꺼려한다. 왜냐하면 괜히 피해만 입고 이익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교사 초기에는 현장 학습이 분위기 전환이 되었지만 시간이 가고 나서는 나가는 것이 귀찮아 지기도 했다.     


 동물원 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분위기에 들떠 있었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면은 안되기에 나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동물원에는 식물원도 있어서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을 보았다. 거기에 가던 중 한아이가 일행을 놓쳐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학교에 전화가 가는등 혼선이 조금 있었다. 이런게 현장 학습에서 벌어질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그리고 교사가 외부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같이 동행한 교감선생님께서 아이를 다행히 찾으셔서 무사히 넘어갈수 있었다.


 동물원 가는게 별거냐 라고 말할수 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작은 경험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런 일상의 작은 경험들이 모여서 인간적 성숙을 이루고 한명의 시민으로 행복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소풍갔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현장 체험학습으로 바뀌어 옛날의 소풍과는 개념과 느낌이 조금은 다르지만 교실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외부로 떠난 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교사를 함에 있어서도 꾸준한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하루 하루 꾸준히 노력하는 교사의 미래는 밝다. 언젠가는 그 결과가 보상으로 돌아오기 떄문이다. 하루하루의 성실함이 쌓여서 큰 힘이 되고 자신을 넘어서 더 큰 인물이 되는데 기여할수도 있다. 


 동물원에는 다양한 동물이 있었다. 나조차도 보지 못했던 여러 동물들을 보았다. 고개를 빼곰이 내미는 미어캣은 처음 보았는데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동물 이름을 설명해 주면서 나도 여러 동물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교사는 아이들로부터 배우고 아이들 역시 교사로부터 배운다.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 교학 상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나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지만 실상 더 크게 배움을 느낀 것은 나자신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교의 커리큘럼이 다른 무엇이 아닌 아이들의 행복을 높여주는 것으로 짜여졌으면 좋겠다. 행복한 커리큘럼으로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을 준비한다면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도 신이 나서 가르칠 것 같다. 하지만 재미없는 교과서와 틀에 박힌 외부 활동은 그런 점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교사는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교육의 주체가 되고 교실의 주인이 되어 아이들에게 주인의식을 가르쳐주는 교사가 되었을 때 그 교사는 좀더 성장한 교사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점심을 먹고 동물원의 한쪽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의 현장 체험학습은 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작은 경험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어릴떄의 하나의 작은 경험 하나하나는 소중하다는 것을 나는 나 자신의 체험으로부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내가 가르친 3학년 아이들은 무사히 4학년으로 올라갔다. 일년을 같이 한 교실에서 생활한다는 것의 가치를 나는 뒤늦게 알았다. 그아이들의 삶이 잘 풀려나가기를 그리고 내가 그 과정에 조금이라도 기여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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