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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 R Jul 12. 2022

친구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8세인 1호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가정통신문'을 보내줬다. 

겸사겸사 가정통신문 내용을 미리 읽고, 잠들기 전 8세 1호 5세 2호와 친구에 관한 속마음을 나누게 됐다.


나의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면 자존심은 세고, 용기 내 말을 못하는 아이였다. 교실에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는 그런 아이였다. 그렇다고 왕따를 당한것도 아니었지만... 단짝을 사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난, 반 친구들이라면 모두 사이좋게 지내야한다고 믿었던 이상 속에서 살던 아이였다.  

여러번 자신만만해 보였던 엄마에게 어떻게하면 단짝을 사귈 수 있느냐고 용기내 물었다. 그러면 엄마는 혀를 차며, '넌 누굴 닮아 고작 그런걸 가지고 고민하냐' 고 타박을 했다. 본인은 명문가 출신에 든든한 친 오빠들이 많아서 따로 사귈 노력을 하지 않아도 늘 우두머리였고, 친구들이 많았다고...

내가 가지지 못한 친오빠, 엄마 기준의 명문가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고작 그런 고민으로 마음앓이하는 내가 엄마의 화려한 경력에 흠집낼까 죄책감을 느끼며 혼자 속앓이만 했다.  

 

1호,2호는 여느 한국애들과는 다른 "Last Name" 을 가졌다. 아빠가 외국인이고 엄마 성이 아닌 본인 성을 따르기를 강력히 요구해서 마지못해 쓰게 된 외국인 성이다. 소심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였기때문에 아들들이 놀림당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고 잘 지내줄지가 가장 걱정스러웠다. 남편에게 "한국은 보수적이고 편견이 심한 나라고, 똑같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해" 라며 여러번 마음을 돌려보려 애썼지만 그는 완강했다.


다행스럽게도 1호는 친구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많았다. 지금도 학교생활을 잘 해주고 있다.  


5세인 2호는 아직은 나이가 어려 1호만큼은 잘 모르겠지만 절친도 있고 나름 어린이집 생활을 잘해나가고 있다. 1달전 어린이집에서 다문화 교육시간에 필리핀에 대해 배웠다고한다. 2호의 절친이 큰소리로 너네 아빠 필리핀 사람이잖아! 라고 외쳤다. 그때 2호는 "아니야, 우리아빠는 인도네시아에서 왔어!" 라고 정정해줬다고한다. 

그 얘길 듣는데 마음이 놓였다. 

2호가 아직 어려서였을까, 아니면 내가 편견없이 잘 길러서 그런걸까 후자일거라 여기며 마음은 놓였다. 

 

둘은 너무나도 잘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나의 어린시절 트라우마 탓에 항상 곤두서서 학교상담이 잡히면 아이들 교우관계에 대해 자세히 여쭙곤 한다. 

그러면 언제나 두 아이들의 선생님들께서 날 안심시키시며 둘은 너무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그럼에도, 친구에 관해 마음속 얘기를 해보게 된 것은 8세인 1호의 이름을 가지고 필리핀이라고 놀리는 형을 얼마전 목격했고 5세인 2호를 불편하게 하는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나  : 얘들아 엄마는 회사 동료가 1000명이 넘는 회사에 다니는데 절친은 손에 꼽을 정도야 엄마 절친 누군지 아는 사람?

1호: 반*희 이모

나  : 그치. 그외에는 대부분 불편해 , 1호 반에 28명의 친구가 있지? 그렇다고 모두와 다 친하게 지낼 필요있을까? 

1호: 아니 

나  : 정답! 나랑 마음이 맞고 쿵짝이 맞고 내가 '불편해 그만해줄래' 할 때 사과하고 불편한지 몰랐었다고 인정할 줄 아는 친구가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 근데 몇번 같은 말을 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친구들 어떻게 해야할까? 

1호: 선생님한테 가서 말해 

니  : 그래 , 말해도 안통할 때는 선생님한테 말하는게 우선이야 , 그런데  어른을 무섭게 생각 안하는 꼴통들이 있어. 그럴 땐 그 애와 거리를 두고 자리를 피하는게 상책이야. 알았지?

1호: 못들은 척 무시하는 건 어때 ? 

나  : 그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지!

2호 : 엄마 나 우*랑 세*이랑 배**가 불편해 

나  : 그랬구나 그런 친구가 나를 불편하게 할 때 어떻게 말해야할까? 

2호 :  그만해 불편해 

나  : 근데도 계속하면 어떻게해야할까?

2호 : 선생님한테 말씀드리고 그래도 계속 하면 자리를 피한다. 거리를 둔다

나    : 그렇지 우리 2호의 절친은 누굴까?

1호 : 현*

나    : 그래 2호의 절친은 우리가 모두 다 알고있지, 그 친구랑 더 가깝게 지내면 2호가 앞으로 더 행복하겠지? 학교에서 지내다가 불편하거나 힘들면 혼자 웅크리고 울고 고민하나요?

1호2호: 아니 선생님한테 말하고 집에와서 엄마 아빠한테 말한다!

나   : 그뤄치 !! 오늘 정말 중요한거 배웠어!  앞으로도 너희보다 5배는 오래 산 엄마아빠한테 친구 관계에 대해 언제든 질문해도 돼.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르게 생긴 것처럼 좋고 나쁨을 떠나서 편하고 불편한 관계가 있어 어떤 사람은 날 싫어하기도 해. 그건 매우 당연한거야.


2호의 어린이집에는 2호를 좋아하지만 욕심이 많아 모든 장난감이 본인 것이라고 우기는 아이가 있다. 

선생님께 상담할 때 말씀드렸더니 2호를 불러 친구니까 이해하고 기다리고 잘지내보자고 어르신것 같다. 그 이후로는 2호는 집에와서 5세 형아가 됐으니까 노력해 볼거라는 의지의 말을 하기도 하고 이젠 친해, 불편하지 않아라고 표현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이젠 안그런가 보다 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관찰해봤더니 여전히 그 아이는 욕심이 많았고 줄서기 같은 기다림에 취약했다. 2호는 그런 놀이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불편해했지만 집에와서 어떠냐고 기분을 물어보면 약간 불편했지만 그 아이와는 친구니까 괜찮다고 했다. 

2호는 오늘의 대화를 통해 같은 반 친구라고 다 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에 많은 위안을 받은 것 같았다. 

나에게 진짜 다 친할 필요없냐고 되물었다.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어른인 엄마도 맞는 동료가 있고 불편한 동료가 있듯이 너에게도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대화의 말미에선 그 친구외에도 놀이시간에 2호를 불편하게 만드는 친구 3명의 이름과 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 3명의 이름도 들을 수 있었다. 2호가 친구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나눈 것은 처음있는 일이 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이제 6개월 차에 접어든 1호도 얼마전까지만해도 베프는 있냐 물어보면 아직 없다더니 대화를 마치고 난 뒤 피구를 하며 친해졌다는 반친구 3명의 이름을 들려주었다. 아들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도통 말해주지 않아 답답하더니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놓으니 신기하게도 아이들 입에서 친구에 대한 속마음이 툭툭 터져나왔다. 


오늘 대화를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데 마음이 뭉클하고, 뿌듯함이 몰려왔다. 나는 비록 소심하고 우울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내가 잘 커서 나의 아이들과 내 학창시절의 꼬마에게 힘내라고 넌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준 느낌을 받아서였다. 

나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관계에 대해 배울 수 없어서 힘들었지만 나의 아들들은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아들들 지금까지 문제없이 늘 행복하게 살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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