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며칠 있다 보니 내 목청이 이렇게 컸었나 새삼 깨닫는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왜 이렇게 다들 작은 소음 하나 내지 않고 조심하는 건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출퇴근 길에 돌아다녀서인지 일본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이라 그런 건지 공교롭게도 주변에 비교해 볼 만한 아이들이 없다.
깔깔 신나게 웃어대는 아이들에게 목소리가 너무 크다, 주변에서 너희들 힐끔힐끔 보는 거 안 느껴지냐며 연신 '쉿 쉬잇'하며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랬더니 첫째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 내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크게 태어났는데 어떻게 줄여?" 한다.
하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나도 도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ASMR처럼 이렇게 목소리를 내봐" 했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며칠이 지나도 열차 안에서 전화벨이 한번 크게 울리질 않는다. 한국에서 설정해 둔 큰아이 작은아이 학교 셔틀버스와 태권도 승하차 알람이 크게 울리긴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초밥잔마이를 먹기 위해 츠키지시장 좁은 골목길에 줄지어 서있는데 한참 뒤에야 내 뒤에 한 승용차가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서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앞에 서 있던 한국인이 알려줘서 깨달았다. 한국이었다면 클랙슨 한번 울릴 법도 한데 알아차릴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린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일본인이었다면 아마도 나보다 빠르게 알아차렸었겠지.
새치기에 엄격한 사람들
로열호스트에서 호텔조식을 대행하고 있어 아침마다 자연스럽게 4인 자리에 앉았었는데 구정을 앞둔 토요일 아침은 평소와 달랐다. 맛있는 아침 한 끼를 먹으려고 손님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난 호텔손님이니 관여치 않고 눈에 띄는 빈자리에 잽싸게 앉았다. 조식쿠폰에 9:45 am 이 Last order라고 안내돼 있는데 30분에 내려갔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주변에 서있던 스텝이 소리 없이 다가와 '스미마셍'하며 식당 입구의 대기줄에 날 세웠다. 오늘은 대기줄이 기니, Queue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라는 얘기였다. 40분까지 기다리다가 혹시나 시간이 지났다고 조식을 못 먹게 될까 봐 조식쿠폰 시간을 가리키며 괜찮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Just a moment" 하고 스르륵 사라진다. 45분이 지나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55분이 다돼서 차례가 다가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긴자에 있는 유명한 텐동가게에서 대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 명씩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이라, 4명이 한꺼번에 앉는 것 자체가 가능할지 오랜 기다림이 되겠다며 체념하고 있을 때였다. 내 앞엔 단 한 명의 손님이 대기 중이었는데 눈앞에 4명 좌석이 비었다. 한국이라면 앞손님에게 약간의 양해를 구하고 4명 손님을 먼저 앉히는 효율적인 결정을 했을 거라, 아이들에게 우리 차례가 왔다고 설명하고 겉옷을 벗고 있었다. 나를 지켜보고 있던 스텝이 스르르 다가와 '스미마셍'한다. 미안하지만 아직 네 차례가 아니야라고 눈빛을 보낸다. 아... 그렇구나 효율적인 결정이 아닌 정해진 순서를 존중하는 결정. 그것은 디즈시 씨에서도 디즈니 랜드 Queue에서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