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반반 도합 3년이 흘렀다
사립초에 합격했지만 여전히 갈팡질팡 고민하고 있을 그분들께 한토막 남깁니다.
연말 이맘때가 되면 사립초 다니면서 남긴 소회글 히트수가 소폭 올라갑니다. 문의댓글도 몇 개씩 달리고요. 어떤 분 문의 댓글에 남겼다가 공개로 올립니다.
어제 많이 피곤해서 댓글 남기고 바로 잠들어서 이제야 씁니다. 죄송해요. 기다리셨을 텐데,
글에 명시하긴 했었어서 눈치채셨을 수 있는데 남편이 외국인이라 다문화가족이에요.
한국가정에서 자란 저보다 남편은 더 독립적으로 아이를 키우거든요. 한편으로,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남편은 영어도서관 교습소 원장이에요.
제가 일을 관두려고 마음먹은 뒤로 남편은 성인대상 교육에서 동네에서 아이들로 대상을 넓혔고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교습소를 통해 여러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만나게 된 지 2년 정도 됐어요. 몇 년 새 오은영효과 탓인지 "그랬구나~"로 가르치는 가정들이 늘었습니다.
공립초도 있겠지만 더 케어를 하기 위해 보낸 사립초라 그런지 비중이 더 커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외동도 많고요. 맞벌이 비중이 엄청 커집니다. 그럼 벌이가 큰 집 비중도 커지는데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놀면서 맺을 학우관계를
셔틀버스로 통학거리가 커지니 별도로 키즈카페를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벌이가 큰집이 많은 만큼 아이들 용돈을 꽤 많이 받고요. 매점에서 쓰라고 체크카드를 받기도 하고 방학 때 한 달 살기 하러 출국하는 친구들도 꽤 될 거예요. 스마트폰 스마트왓치 소유한 비중도 엄청 큽니다.
그걸 왜 못주는지 일일이 설명해줘야 해요. 아이가 묻지 않더라도 스스로 느낄 겁니다.
‘자본주의’를요, 공립초아이들보다 더 세게 더 빨리 깨닫게 될 겁니다.
지금 공립초 아이들도 스마트폰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이 꽤 되는데 전 고등학교 때 2G 폰
사줄 계획이라 왜 그런지 단호하게 설명해서 이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더라고요. 스티브잡스는 왜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가? 클립을 같이 시청했었습니다. 질문할 때마다 보여줬습니다.
친구를 쉽게 만날 수 없는 것 그게 처음엔 잘 몰랐는데 전학하고 나니 꽤 부자연스러운 거였어요.
셔틀버스 승하차도 교복을 입고 내리니 더 안전이 걱정돼 항상 저나 남편 누군가 데리러 나가야 하더라고요. 재택근무였지만 갑자기 잡힌 회의에 하차시간에 못 나가면 뒤에서 구시렁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 방치한다고요)
회사생활 잘하기 위해 선택했던 사립초는 더 헬리콥터 맘처럼 아이주위를 빙빙 돌도록 설계됐더라고요. 아이는 그걸 당연하게 여기게끔 느낄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이건... 전업맘이 오히려 더 맞는 시스템 갖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돈을 벌어도 전업맘 가족보다 상대적으로 불행하다 여기게 됐고 상대적으로 전업맘 가족은 벌이를 더 벌었으면 하고 상대적으로 그렇게 여길 수도 있을 거예요.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기에 경험에 비추어 감히 말씀드려요. 씀씀이가 커지니(교육비 +알파 비중증가로) 연봉에 늘 만족이 안되더라고요.
끊임없이 욕심쟁이가 돼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어요.
공립초로 전학하던 다음날 가져가야 할 준비물이 많아서 아이 교실이 있는 3층까지 같이
따라 올라간 적이 있어요. 물론 그때 담임이 학교에서 유명하고 독특한 분이기도 했지만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셨고 어떻게 학교 안에 허락 없이 들어왔냐고 먼저 물으셨어요. 당시 서이초 사건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더 예민하셨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 키우시면 아이가 독립하지 못합니다."라고 단호히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날은 서운해서 펑펑 울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공립초와의 문화차이였고 맞는 말씀이었어요.
이제 전학한 지 1년 반이 흘렀어요. 사립초에서 1년 반 공립초에서 1년 반 딱 공평하게 반반이 됐네요.
3학년 1학기때 회장에 선출됐는데 그때 가장 눈물이 났어요. 마치 잘 적응했다는 인증서 같았거든요.
아이는 동네와 학교에서 정말 잘 적응해 주었고 매일 부모가 나가보지 않아도 집 앞에 있는 공립초를
혼자 왔다 갔다 잘하고 키즈카페가지 않아도 단지 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나와 맞지 않은 가정을 만나 생기는 불필요한 긴장, 스트레스가 사라졌어요. 아이가 세계를 확장하더라고요 저 없이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전학하고 나서 깨달았어요.
그리고 배고프면 사립초처럼 매점에서 대강 때우는 게 아니라 집으로 돌아와 준비해 둔 간식이나 간단한
요기를 하고 또 나가 놀거나 다음 일정을 소화합니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요.
물론 아낀 학자금을 100% 학원에 쏟아붓지 않아요. 아이가 좋아하는 태권도, 미술, 음악줄넘기 3개 정도 꼽아서 다니고 있고 수학은 저랑 집에서 ‘오안수학’이라는 자기 주도식 공부를 합니다. 그래서 수학문제집만 하루 2장씩 3권을 다루고 있고요.
책을 정말 좋아하는 아이라 학교도서관 동네도서관에서 하루 중 1~2시간을 씁니다.
그런 것 모두 다 스스로 결정해서 합니다.
생각해 보면 평생 아이뒤를 따라다닐 수 없잖아요. 학교입학 전에는 마치 지금이 전부이고 영원할 것 같지만
우린 12년이란 아이 학업여정을 돌봐야 하잖아요.
사립초 보내는 내내 먼저 삶을 살아본 선배맘들이 저를 지속적으로 진심으로 말리셨어요. 아주 많이
그들은 주변 공립학교 중학교 혹은 초등학교 선생님 들이셨는데, 명예퇴직한 분들이었습니다.
가장 와닿았던 말씀은 중학교, 특히 고등학교 가서 올인해야 한다고요.
돈 써야 할 때 못쓰면 피눈물이 날 거라고 조언하셨어요.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사실은 사립초 졸업 후 중학교 가서 잘 적응 못하는 비중이 반이 넘는다고요.
(독립적이지 못해서)
너무 센 톤으로 말하진 않았는지 걱정스럽네요. 하지만 여동생 고민 상담한다 생각하고 정말 솔직하게 남겼습니다.
결정에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