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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더 R Dec 25. 2020

선배의 부고


크리스마스를 막 앞둔 내 생일 저녁,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대학 동기들은 아침부터 축하세례를 해주었고 연말 인사를 나누며 #재택근무 모두 마치면 #줌으로 비대면 회식을 하자며 한껏 들떠있었다.


그때 한 동기로부터 까똑이 왔다. 믿을 수가 없었다.

대학시절부터 늘 성실하고 뭐든 해내고 큰 나무 같았던 선배가...  수의사가 되고, 국내 대기업에 취업하면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인생이라고만 생각했다.

예수님을 열심히 믿고 함께 기도하던 선배였는데...

결혼한 이후 론 전처럼 자주 연락은 하지 못했지만 동창들 결혼이나,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안부인사를 나누곤 했다.


믿기가 어려워서 오빠의 SNS, 까똑 사진들을 넘겨봤다. 내가 알고 있던 그대로의 자상한 미소를 면면에 띤 오빠


오빠를 쏙 빼닮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오빠의 미니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안 좋 생각이 한편 올라왔지만 그는 그럴 리가 없다며 애써 물리치고 아니길 조용히 빌었다.


경황없는 중 치러진 장례라 그런지 황급히 다녀온 선배들도 아침에 일찍 다녀온 동기도 아무도 무슨 일이었는지 연유를 알 수 없었다.


이른 오후 대학시절 함께 선배와 신우회를 했던 동창과 장례식장 앞에서 만났다.


나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그녀는 오빠의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로봇 장난감 선물 받은 것을 엄마에게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켰다.  자꾸 내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서 마음이 먹먹했다.


상주에 7살 아이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할 말을 잃었다.


전혀 자신 없는데도 아이들의 후견자가 되어줄까 여러 번 생각이 들었다.

 너무 이기적 이게도 결국 생각에 그쳤지만...


코로나라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아무도 나에게 연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사실 물을 수 조차 없었다.


나오는 길에 용기를 내어 물었다.


"어떤 건가요. 과로사인가요." 불편한 질문을 겨우 내뱉었는데 마스크 탓에 들리지 않는다 하여


난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재차 물었다. 그랬더니 어떤 한 분이 나오시면서 담담한 얼굴로 스트레스가 많으셨나 봐요.라고 대답했다.


"아 과로사군요..." 그랬더니 그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스스로 생을..."이라고 너무... 담담하게 대답하는데


그분의 뒤로, 로봇을 가지고 놀고 있는 나의 1호만큼 자란 아이의 뒷모습이 겹쳤다.


참았던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두 아이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늘 자랑해왔던 오빠라 그 두 아이를 떠난 오빠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새벽인데,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신날인데 잠이 오지 않는다.


올 한 해는 모두에게 너무 잔인했던 것 같다.


#코로나 와 상관없는 회사에서의 일 때문인 듯싶지만...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 가족이 있고 회사가 있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PC를 끄고 내 삶을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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