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AE로 6년을 보내고 뷰티 브랜드 마케터라는 직무로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주위에서는 아직 3개월밖에 안 됐냐고 할 정도로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3개월 수습기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입사하자마자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고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정신없이 소화해내느라 적응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게 눈 깜짝하니 내가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회고할 틈도 없이 3개월이 지나있었다.
여럿 지인들이 새로운 회사는 어떤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맡은 일은 재밌는지 또는 할 말한지 등 나의 근황을 물어볼 때마다 사실 이렇다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말하고 싶지만 끝내 이야기하지 못하고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말을 지금에서야 꺼내보자면...
저도 마케터는 처음이라서요......
나와 팀장님 2명이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데, 내가 속한 브랜드팀이 커버하고 있는 업무가 굉장히 넓고 방대해서 처음에는 완. 전. 히 멘붕이었다. 광고회사에서는 각자의 롤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고, 나는 기획자이므로 기획만 잘하면 되는데 이 곳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동시에 다양한 일을 커버해야 하는 업무 방식이 지금까지 나의 업무 스타일과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3개월 동안 해오고 있는 (앞으로 계속해야 할) 일들
- 신제품 콘셉트 보드 작성 - 제품 별 마케팅 메시지 기획 - 상세 페이지 리뉴얼 기획 -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기획 - H&B 마케팅 이슈 서포트 - 대행사 및 콘텐츠 협력업체 관리 - SNS 채널 운영 - SNS 콘텐츠 기획 및 제작 - 월별 광고 기획 및 운영 - 인플루언서 PPL - 인플루언서 기프트 제작 - 임상 데이터 및 엠블럼 관리 - 브랜드 캠페인 방향성 기획 - 각종 품평 참여 - 제품 배송 - 인플루언서에게 카드 쓰기
............ (생략)..............
비주얼 촬영은 매일 새롭다 정말루...
마케팅, 콘텐츠, 광고 등 조금씩 결이 다른 업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 8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일하며 소화하고 있다.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지는 의문임) 광고회사에서 일할 땐 마케팅 업무 영역에서 SNS 콘텐츠를, 또는 캠페인을 전담하며 맡은 일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이 모든 일들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매니징 하는 것 또한 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당연히 퀄리티도 높여야 함...) 여느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도 마케터 둘이서 고군분투하는 구조로, 비주얼 촬영이나 캠페인만 대행사와 일하고 그 외의 모든 기획 업무는 직접 한다. 그래서 기획도 해야 하고 매니징도 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하는, 그야말로멀티플레이어가되어야만하는상황.
퀄리티와 속도 2가지를 모두 잡는 멀티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요즘. 지난 3개월 간의 경험과 러닝을 토대로, 마케터로 살아남는 나만의 3가지 룰을 세웠다. 앞으로의 3개월은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준비로 정말 지금보다 10배는 정신없이 지나갈 것 같다. 나만의 룰을 지키며, 3개월 후에도 무사히 살아남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회사 마케터로 살아남는
나의 3가지법칙
01
빠르게 보고하고 빠르게 실행하기
휘황찬란한 보고 문서에 집착하지 않고, 실행 중심으로 핵심만 빠르게 정리하여 빠르게 보고하자
실행이 반이라는 사실 잊지 말기. 실행 후 러닝 포인트를 찾는 것에 집중하기
02
혼자 일하지 말고 함께 일하기
아이디어는 절대 혼자 나오지 않는다. 작은 카피 한 줄이라도 혼자 생각하지 말고
팀과 함께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기. 함께 해야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온다.
03
적당한책임감유지하기
책임감과 압박감에서 자유로워져야 더 과감해질 수 있고
더 과감한 시도가 있어야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내일도 난 열심히 상세페이지를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터로 살아가겠지. 내일도 무사히! 모레도 무사히! 마케터로 잘 살아남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