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로써 키우고 싶은 영역
나는 창작자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 내가 정의하는 창작자는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 3년 넘게 내 머리를 잘라주는 헤어 디자이너쌤, 자기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 가죽과 라탄 등의 핸드메이드 소품을 만드는 공방 사장님들, 시즌마다 새로운 의상을 만들어내는 패션 디자이너들.. 고개만 돌려도 수많은 창작자들이 있고 그들은 매일 무형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유형의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창작하는 것이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막연히 늘 동경하고 부러워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오롯이 나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은 무엇일까? 아니 그런 결과물이 있는 걸까?
사실 기획자는 절대 혼자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광고를 만들 때도 제작 부서와 프로덕션과 함께 만들어야 하며, 콘텐츠를 만들 때도 디자이너들의 도움이 없이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 많은 창작자들의 창작 능력 (ex: 영상 제작 / 디자인 / 개발 / 등...) 이 있어야 기획자들의 아이디어가 비로소 빛을 발한다. 기획자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머릿속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역시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이야기하기도 하고, 종종 창작자로 커리어를 전환할 순 없을까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기도 했다. (커스텀 주얼리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았으나 역시 X손인 나는 이걸 직업으로 삼기에 무리라고 생각...). 당장 나는 내일부터 창작자가 될 수 없으며 눈을 뜨면 다시 콘텐츠를 기획하는 기획자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창작자가 될 수 없다면
어떤 기획자가 되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뛰어난 기획자는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이다.
- 안목(眼目)의 사전적 정의 -
안목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이다. 즉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가치 있는 것, 아름다운 것을 가려내는 능력을 뜻한다
수많은 아이디어 중 가장 나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자들. 이전 회사에서 이런 기획자 선배들/팀장님들과 일할 때 가장 자극받고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다.
기획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의 작은 바람은,
뛰어난 것을 창작할 수 없다면, 뛰어난 것을 발견하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창작자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 작은 경험과 배움을 쌓아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이 된다면 기획자가 아닌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분명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