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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티 Jul 04. 2021

어떻게 일할 것인가?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기

7년 동안 2곳의 회사를 다녔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말 그대로 뼛속까지 직장인이었다. 물론 월급이라는 금전적 보상만을 바라보며 회사를 다니진 않았다. 회사는 나에게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을 가르쳐주었고 무엇보다 수많은 동료들을 연결해주었다. 만약 회사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일하는 나도, 다양한 네트워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직장인의 2대 허언인 퇴사 할래, 유튜브 할래를 수도 없이 내뱉으며 살았지만 그래도 난 회사 생활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올해 3월, 조직 내 인간관계, 일에 지쳐 퇴사를 했다. 그땐 회사와 일에서 벗어나면 마냥 행복할 것 같았다. 퇴사 후 목표는 3개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평소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퇴사일을 카운트 다운하며 “나 퇴사하면 운전면허 딸래”, “내가 좋아하는 카페 투어 하면서 카페 지도 만들 거야” 하며 백수 생활의 로망을 실컷 늘어놓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퇴사 후 백수 생활의 여유를 즐기기는커녕 일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에 대한 ‘일’의 본질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6년 동안 광고회사를 다니고 직전 회사인 화장품 회사로 이직을 할 때에는 나름대로 회사와 일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했다. 광고 기획자에서 마케터로 커리어를 확장하고 싶었고, 내가 좋아하는 산업군인 뷰티/패션 업계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를 선택하는데 고민과 불안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했으니까.

하지만 퇴사를 하니 지금까지 지향해왔던 커리어의 방향성이 모두 흔들렸다. 광고 회사 AE냐 마케터냐, 뷰티 회사냐 소비재 회사냐 같은 회사의 속성은 당장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 안에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일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뾰족한 답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며칠을 고민해도 이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없어 답답했다. 왜 여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루하루 답답한 마음으로 보내던 어느 날, 한 마케터 분의 영상을 보다가 아래와 같은 문장을 접하게 되었다.


자신이 믿고 존경하는 동료들로 이뤄진
제대로 된 팀과 함께 미친 듯이 집중해 멋진 일을 해내는 것

패티 맥코드, <파워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넷플릭스 최고 인재 책임자 패티 맥코드가 넷플스가 일하는 방식을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린 이 문장을 접하고 나니 머릿속에 모호하게 떠다니던 내가 원하는 회사 생활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내가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속성 때문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열정적인 동료들과 함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가치 있는 결과물을 내는 것에 가슴이 뛰고 설레는 사람이었다. 회사의 산업군이나 직무는 나에게는 오히려 후순위 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막막했던 마음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 아직도 이 질문에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지만 적어도 나는 ‘함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직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이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는지 등등 말이다. 우연히 마주한 <파워풀>의 한 문장이 일의 본질에 다가가는 여정에 든든한 등대가 되어주는 느낌이랄까. 나만의 정답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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