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어디 있었는가

by 푸른향기



날씨가 풀리기 전부터 굳은 땅을 뚫고 수선화는 올라왔다 미리 준비했던 거라고 갑자기 이뤄진 건 아니라고, 바깥이 엄동설한이어도 가슴 가운데 단단한 씨앗을 보듬고 있는 사람같이, 그렇게 수선화는 겨울을 넘어온 거라고 말한다 겨울 속에 이미 봄이 들어 있었다고 한 번도 봄을 잊은 적은 없었다고, 그렇지 그렇겠지, 아무렴, 그래서 눈 앞에서 어른대는 이 하루살이도 폭폭하고 습한 구석 어디, 이미 들어있던 씨앗의 온기를 잘 감춰 두었다가, 거름냄새처럼 한순간에 퍼져 나온 것이겠지, 땅 속에는 수많은 씨앗, 공중에도 수많은 씨앗,







정말 하루 사이에 하루살이들이 갑자기 많이 생겨났다. 하루살이들은 어찌 이리 잘 알고 바로 나오는 걸까.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져도 갑자기 한꺼번에 나타난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고 떼로. 눈 앞에서 어른대는 하루살이 때문에 팔을 휘저어가며 논둑길을 걷는다. 그 날의 온도를 정확히 알고 나타나는 하루살이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 되면 수많은 싹이 땅에서 솟아오르듯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수많은 생명들도 공중에서 태어난다는 생각, 우리 앞의 허공도 수많은 생명을 보듬고 있었던 거라는 생각, 뭐 그런 생각이 봄처럼 일어났다. 한 무리 하루살이 떼처럼, 그런 생각이...

이전 12화매화 꽃잎 떠날 때